스티븐(마크 러팔로)과 블룸(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사기를 쳐 왔던 대단한 형제다. 어른이 된 뒤로 수법이 더 대담해지고 사기로 얻는 이익이 커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탕을 크게 벌인 형제와 제3의 멤버 뱅뱅(기구치 링코)은 미국 뉴저지에 사는 대부호의 상속녀 페넬로페(레이첼 와이즈)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아 작전을 꾸민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블룸이 사기칠 대상인 페넬로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반전된다. 라이언 존스가 감독과 각본을 맡은 영화 ‘블룸형제 사기단’은 사기꾼 형제를 그리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기를 주 소재로 다룬 영화는 아니다. 사기를 빙자한 사랑 이야기에 가깝다. ‘블룸형제 사기단’은 영화 ‘스팅’같이 결국 관객까지 속이는 영화의 궤를 따르지 않고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래서 영화는 굵직한 대형 사건을 따르기보다 캐릭터에 집착한 흐름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관객이 실망을 느끼기 전에 아주 조그만 팁을 줄 뿐이다. 무언가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전기톱 저글링이나 수준급의 피아노 연구를 독학으로 익힌 페넬로페나 거의 입을 열지 않으면서도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뱅뱅은 재미있는 캐릭터이자 사랑스런 인물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