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대통령의 여인

[클로즈업] 대통령의 여인

 ◇대통령의 여인

 이주헌 지음, 북콘서트 펴냄.

 편리한 정보통신 문명이 어느 새 족쇄로 둔갑했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온 날이면 뭔가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 것 같은 느낌에 하루종일 불안하다. 반대로 휴대폰을 지니고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통에 짜증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컴퓨터라고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이라도 불통이 되는 날엔 세상과 단절된 느낌마져 든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그들과 단절할 수 있으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도 그럴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 ‘정보통신 일등국가’라는 표어를 가장 먼저 주창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 책의 필자다. 메신저 프로그램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며칠만 자리를 비우면 산더미 처럼 쌓이는 스팸메일에 시달릴 때는 차라리 정보통신 2등 국가가 좋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미국에서 유학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IT특보를 거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한국경영정보학회장 등을 역임한 IT전문가 이주헌 외국어대 교수가 쓴 수필집이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IT전문가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라는 말보다 청바지가 어울리는 남자, IT철학자, 로맨티스트라고 부른다.

 넥타이의 권위주의보다는 바람의 자유로움처럼 세상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전략가 이주헌 교수의 이번 에세이는 故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아내의 이야기를 비롯해 오래된 친구와 나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자신의 그림과 함께 담고 있다. 30편의 수필로 이뤄진 책은 남녀라는 소재를 이용해 해학의 여운을 남기고 있어 대한민국 30대 이상의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남자의 로망인 연상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지금은 영원한 반쪽으로 굳어진 아내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팍팍한 인생사에 대한 사연도 담았다. 강한 척, 점잖은 척하지 않는 대한민국 중년의 인생 이야기다. 저자가 30가지 이야기를 통해 은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힘들고 고달파도, 때로는 막막하고 두려워도,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다는 것이다. 1만1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