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시스템의 방향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금융기관은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에 노출됨으로써 기존 리스크 관리 한계의 인식 및 리스크 관리 경영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 가운데 글로벌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한 금융기관들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현재의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한다.

 #실패와 성공사례가 주는 교훈

 리먼브러더스의 붕괴는 전 세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리먼은 639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600억달러 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티그룹은 부채담보부증권(CDO) 자산으로 수익증대와 양적 성장을 추구했으나 내재된 리스크 측정 및 통제에 실패해 450억달러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됐다. 반면에 JP모건은 체계적인 보고와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조기에 문제를 인식했고 CEO와 리스크 관리 책임자들이 통찰력을 발휘해 위험자산 매각처분 결정을 내림으로써 서브프라임 위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시티그룹, JP모건은 모두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고 관련 부서도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 부서와 시스템의 유무가 아니라 얼마나 이들을 잘 활용하는지였다.

 우선 리스크 관리 체계 측면에서 리먼브러더스와 JP모건을 비교하면 JP모건은 리스크 거버넌스를 위해 4계층으로 리스크를 관리했다. 리스크 관리시스템을 보면, 리먼브러더스는 시장리스크 관리 시 과거 4년 자료, 데일리, 95% 신뢰 수준의 VaR(Value at Risk)를 사용했고 투자자산은 스트레스테스트를 이용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시스템에서는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JP모건은 리스크의 식별, 측정, 감시·통제, 보고체계를 수립해 유동성, 신용, 시장, 평판, 사모투자(PE) 리스크 등을 대상으로 관리해 좀 더 체계적이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는 최고 경영진이 모니터링을 경시했고 리스크 관리에 관한 정기 회의에 최고 경영진의 관심이 부족했다. JP모건은 전 사업부 임원이 참석하는 월간회의를 실시했고 CEO를 위시한 리스크 관리팀이 추진사업별 리스크를 심도 있게 검토하는 등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JP모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 경쟁 순위가 6위에서 2위로 상승했고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추가 인수대상 물색에 나서는 등 인수합병(M&A)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리먼브러더스 사례는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금융기관의 생존에 필수적인 부문임을 자각시켜줬다.

 #리스크 관리의 개선 필요

 금융 기관의 리스크 관리의 실패는 새로운 리스크 관리 개선 영역을 확인시켜 주었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는 규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의 각 영역에 실질적인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에는 시장 참여금융기관의 통합, 전통적인 투자은행의 변형, 합병의 기회, 가용자본의 핵심 역할 등 시장 구조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운영 모델 면에서도 리스크 성과 평가 및 보상, 리스크 조직 및 거버넌스 강화, 복합리스크 통제 및 보고 체계, 리스크 절차 및 인프라 강화 등이 변화할 것이다. 규제에서도 감독기관의 영향력 및 자본규제 강화, 평가 모형의 고도화, 투명성 요구의 증대,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의 역할 강화 등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규제상황의 변화에 즉각적인 대응을 요하는 새로운 규제요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금융기관들은 규제 요건의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의 측면에서는 금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감독원도 금융감독제도의 강화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근본적인 금융위기의 원인 분석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할 리스크 및 규제의 영역이 확인됐다.

 액센츄어는 새로운 금융규제의 변화로 향후 리스크 관리 및 규제를 다섯 가지 관리 강화 영역으로 나눠 제시한다. 첫째, 유동성 포지션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리스크를 인식하고 측정하는 내부 모델의 변화를 감지하며 기업의 일단위 유동성 관리를 위한 운영 요소들을 실행해야 한다. 현금 흐름 분석 및 부외금융 아이템에 매트릭스를 수립해야 하다.

 둘째, 자금조달 전략 및 담보 관리가 필요하다. 담보 사용의 최적화를 위한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실행하고 소매 금융 및 기업 금융 펀딩 성장 간의 균형이 이루어진 운영 모델을 수립하며 스트레스테스트와 관련한 강화된 행동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민감도 및 시나리오 접근을 바탕으로 한 스트레스테스트가 필요하다. 스트레스테스트는 기존 ALM의 결정적 혹은 통계적 모형이 아닌 시나리오 접근법을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유동성 포지션 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스트레스 상황의 다양한 요인과 가정에 근거한 스트레스테스트 절차를 실행해 스트레스테스트와 관련한 데이터 관리 절차를 바꾸어야 한다.

 넷째,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향한 감독당국의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강화된 위기상황을 분석하고 지속적인 계획(contingency plan)을 수립해야 한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스트레스테스트를 거친 피드백을 반영해 우발적 리스크를 인식하며 이를 확인해야 한다. 또 감독당국 및 조직 내의 감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구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데이터관리 프로세스의 자동화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하며 공시 대상 계량 정보 및 매트릭스를 선택해야 한다. 이 밖에 부외금융도 공시해야 한다. 경기 순응성 효과가 현 감독규제에도 반영돼 요구되기 때문에 금융 회사의 신용정책이 경기 순응성에 부합돼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동성 리스크를 적절히 측정하기 위해 유동화 가능 여부를 고려한 만기 및 차감률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정욱 액센츄어 SI&T 부문 부장 jeong-wook.lee@accen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