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중소기업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공기아연전지 국산화에 성공, 상용화에 착수했다.
공기아연전지란 공기 중의 산소와 전지 내부의 아연이 반응해 전류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주로 전기자동차·군용 전자기기 등 고부가가치 전원 공급용으로 사용된다. 그동안 미국 ‘일렉트로퓨얼셀’이 유일하게 양산해왔다는 점에서 국산 전지 업계의 기술적 개가로 평가된다.
EMW에너지(대표 류병훈 www.emwenergy.com)는 최근 공기아연 1차전지 및 2차전지 완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1회용인 공기아연 1차전지는 미국 군납을 위해 미군 당국과 시제품 테스트에 착수, 공급 계약이 임박했다. 이 회사가 공급한 제품은 군용 통신기기 및 미사일 관제장치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존 제품 대비 수명·전압 면에서 10%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
여러 번 충전으로 재사용할 수 있게 고안된 공기아연 2차전지도 최종 테스트를 마치고 국내외 업체와 공급계약을 진행 중이다. EMW에너지의 이번 상용화 작업으로 일렉트로퓨얼셀의 독주체제를 막을 수 있게 됐다.
EMW에너지는 특히 지난해 6월에 5층 복합막으로 구성된 공기양극막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발수성이 향상돼 다른 제품에 비해 효율이 높다. 전해액이 물에 젖으면 산소전달 속도가 늦어져 기능이 저하된다. 성능개선을 위해 고가금속인 백금을 다량 사용하는 외산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류병훈 사장은 “최근 친환경 자동차 전원장치로 연구 중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생산할 수 있다”며 “미군 군용 공급이 상용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기아연전지는 기존 디지털기기 전원으로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니켈수소 배터리와 달리 폭발·인화성이 없어 안전하다. 무엇보다 다른 전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아연은 희귀금속인 리튬처럼 가격폭등이나 매장량 고갈 염려도 없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10여개 업체가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로 유망 기술로 부각됐다. 그러나 공기중 산소를 유도해 전지 양극으로 전달하는 고효율 ‘공기양극막’ 생산 기술이 극히 까다롭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렉트로 퓨얼셀이 유일하게 공기아연전지를 생산해왔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