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도 `그린` 바람

 공작기계분야에 그린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생산효율과 내구성만 따져왔던 공작기계산업도 친환경 바람 속에 에너지 절약에 촛점을 맞춘 장비수요가 본격화될 추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회장 류흥목)는 최근 공작기계산업의 저탄소녹색성장을 핵심화두로 잡고 회원사들과 함께 친환경 공작기계 연구개발(R&D) 검토에 들어갔다. 그동안 밀링머신·다축 가공기 등 공작기계 업계에선 내구성을 고려해 필요 이상의 대용량 모터나 튼튼한 부품을 채택해왔다. 쇠를 깎는 과정에서 모듈별로 전원차단기능이 없어서 부하가 걸리지 않는 구동축도 무조건 돌아갔다. 공장에서 전기사용량이 다소 늘어도 생산라인이 멈추지 않는 튼튼한 공작기계가 낫다는 논리가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공작기계분야는 에너지 절감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무풍지대였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고유가 파동을 겪으면서 공작기계산업의 분위기도 크게 바뀌고 있다.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친환경 공작기계 개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다. 일본 공작기계 업계는 올들어 전력소모를 줄인 친환경 프레스 장비에 대해서 에코머신인증제도를 최초로 실시했다. 미국·유럽 국가도 제조업계의 전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공작기계 보급을 적극 권장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한국 보다 전기료가 6배나 비싸 친환경 공작기계를 도입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같은 시장변화에 따라 화천기계공업·위아 등 국내 공작기계업계도 전력사용량을 20∼30% 줄이는 친환경 공작기계의 개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공작기계공업협회는 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이는 친환경 장비개발에 대한 업계공동의 R&D안을 도출해서 지경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할 방침이다.

 협회 측과 기획안을 논의해온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이 높아짐에 따라 공작기계의 에너지 효율향상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공작기계시장에서 기능은 평준화될 것이기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하지 않은 공작기계업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