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외국인 사장 체제로

한국HP, 외국인 사장 체제로

 한국HP가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외국인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조직 정비와 유통체계 개선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대폭적인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HP는 최준근 전 사장의 후임으로 스티븐 길 HP UK&I(영국·아일랜드) 대표를 선임했다고 21일 밝혔다. 스티븐 길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7월 1일 공식 취임한다. 길 신임 사장은 “이번 발령은 (개인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변화이며, 한국HP를 이끄는 중책을 맡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사장의 사의 표명 이후 소문으로만 나돌던 외국인 사장 취임이 현실화함에 따라 한국HP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최 사장이 15년이라는 긴 시간 대표를 역임하며 한국HP를 사실상 ‘최준근의 HP’로 다져놓은 만큼 새로운 대표, 그것도 외국인 대표의 취임은 자연스럽게 변화를 예고한다.

 우선 유통망 재정비가 점쳐진다. 이미 지난해 공공 부문 유통비리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외국인 대표가 아니더라도 유통망 정비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HP 서버 총판 A사 관계자는 “외국인 대표는 기존 유통사와의 관계가 적기 때문에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유통망을 정비할 공산이 크다”며 “유통업계 모두 내심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직정비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과 올 초 감원 중심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한국HP는 외국인 대표 체제에 맞춰 또 한번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PC사업을 책임지는 이홍구 부사장의 사임이 결정된 상황에서 TSG(시스템/서비스)·PSG(PC)·IPG(프린터) 등 핵심 3개 사업부의 임원 및 조직 개편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외국인 대표 체제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간 글로벌기업의 한국 법인 가운데 외국인 대표로 성공한 기업이 드물 정도로 한국 시장에서 외국인에 대한 벽은 높다.

 게다가 최근처럼 경기침체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 사정에 정통하지 않은 외국인 대표가 비즈니스를 이끄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