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다져가고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자금 수혈만 지속하면 오히려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패스트트랙)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대출을 받고 나서 부도를 내는 기업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시장에 ‘좀비기업’이 살아남아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의 경우 경기 급락기에 충분히 금융을 공급한 후 경기 안정기에 구조조정을 하는 ‘선지원 후 구조조정’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최근에 경기가 바닥을 다지면서 긴급 자금 수요도 사라지고 있는 만큼 한계·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평상시에 이미 구조조정돼야 할 기업들이 작년 하반기 이후 공급된 자금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수가 많고 영업 환경도 천차만별인 점을 감안해 일률적인 잣대보다는 각 은행이 기존의 잣대를 자율적으로 활용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책당국은 구조조정의 범위와 강도를 필요한 만큼 한정된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인식을 주고,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보내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