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녹색으로 점점 물들어 간다.’
글로벌 불황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TV’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린TV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하고, 친환경 소재 및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말한다. 일부는 ‘에코TV’로도 부른다. 그린TV의 요건으로는 △높은 에너지 효율 △적은 쓰레기(탄소 포함) 배출량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제작 등이 꼽힌다.
그린TV가 부각되는 것은 미국·EU 등 선진국들은 자국 시장 내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관련 기준을 점점 높이고 있고,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이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너지위원회는 2011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TV의 에너지 효율 기준 의무화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42인치 LCD TV는 183W 이하의 전력을 소모해야 한다. 2013년에는 115.5W까지 기준치를 내릴 예정이다. 현재 40∼42인치 TV의 전력 소모량은 200∼250W 수준이다. EU도 TV의 환경 관련 규제 수준을 점차 높인다는 계획이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TV를 구매할 때 기능·디자인·가격 외 전력 소비량, 환경 등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TV는 미국 가정에서 냉·난방 시스템, 냉장고에 이어 세 번째로 전력 사용이 많은 제품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미국 소비자들은 에너지 비용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요 TV 제조업체들은 그린TV를 하나의 옵션이 아닌 생존 요건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그린TV에 모든 기술력을 집중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린TV의 기술적 진보=그동안 TV 업체들은 대기(Stand-by) 기능으로 TV의 평균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TV 전원이 켜져 있을 때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TV 업체들은 TV를 시청하는 동안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일반 42인치 PDP TV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380W라면, 에너지 절감형 제품은 215W 수준이다. 유럽 소비자들의 평균 TV 시청시간을 1일 4시간으로 산정할 경우 기존 TV는 연간 110유로(약 19만3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에너지 절감형은 60유로 (약 10만5000원)에 불과하다. 다른 이점들은 차치하더라도 에너지 비용만 연간 50유로(약 9만원)나 차이가 난다.
기존에 출시된 그린TV는 화면 밝기 등 여러 기능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 출시되고 있는 그린TV들은 기술력을 통해 이전에 가졌던 약점들을 거의 보완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그린TV의 에너지 효율 수준은 선진국 정부의 규제 기준보다 훨씬 앞서 있다. 미국 환경청의 에너지 고효율 인증인 ‘에너지 스타’ 기준보다 전력 사용 효율이 25∼29% 상회하고 있다.
◇최고의 그린TV를 만들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전=제품간, 업체간 에너지 고효율 전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세계 주요 TV 업체들은 잇따라 새로운 개념의 그린TV를 내놓고 있다. 이 분야에 뚜렷한 선두업체가 아직 없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LG전자 외 비지오·필립스·샤프 등이 전력 효율을 대폭 높인 그린TV를 최근 출시했다. 비지오의 에코HD는 백라이트 광원으로 발광효율이 높은 전구를 사용하고, 전구수를 줄여 전력 효율화를 꾀했다. 필립스는 방의 밝기에 따라 LCD 패널의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하는 다이밍(Dimming)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내놓았다. 샤프는 새로운 고화질 평면TV 시리즈인 DH77E를 출시했는데, 여기에는 혁신적인 ‘에코 컨트롤’ 기능이 탑재돼 있다. ‘시각 이미지 조정’ 장치로 빛을 감지하는 센서가 내장돼 있어 주변 조명에 따라 화면의 밝기를 조정할 수 있다. 소니는 동작 감지 센서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시청자가 TV를 보다 잠이 들면 LCD TV의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게 했다. 제품에 내재돼 있는 동작 감지 센서는 공간에 있는 동체를 확인하게 되는데, 한동안 움직이는 물체가 없으면 자동으로 TV 화면이 꺼지고 음성만 남게 된다. 누군가가 다시 공간에 들어서면 다시 화면이 켜진다. 일정시간 아무런 변화감지가 없게 될 경우에는 음성기능도 자동으로 소거된다.
◇국내 기업들의 그린TV 기술 수준은=국내 양대 TV 업체인 삼성과 LG도 올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그린TV를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적용해 수은이 함유되지 않았고, 전력소비도 기존 LCD TV 대비 40% 이상 절감된 LED TV 6000/7000/8000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외관 디자인 색감을 표현하는데 스프레이 방식 대신 100% 재활용이 가능한 공법을 사용해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배출량을 완전히 없앴다. 에너지 효율성, 수은이 무첨가 등을 통해 유럽 환경인증을 이미 획득했다. LED TV에 사용된 25g 이상의 플라스틱 부품에는 사용 재질을 표시하고, 간단한 도구로도 부품을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해 재활용하기 쉽게 했다.
LG전자는 각 제품별로 고효율 개발 5개년 기술로드맵(TRM)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공개한 LED 백라이트 LCD TV는 에너지 절감기술을 통해 이전 제품보다 전력소비를 50% 줄였다. 전기료가 줄어드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데, 32인치 TV 한 대의 감축량은 연간 35㎏ 수준이다.
백우현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사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의식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는 글로벌 기업이 수행해야 할 경영전략 중 하나”라며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 제품 사용시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사 차원에서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