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에 분자조립 기술을 적용해 분자 배열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김상욱 교수팀은 분자 배열을 조절하기 매우 어려운 탄소나노튜브에 분자조립 기술을 적용해 유기용액 상에서 손쉽게 입체 다공성 구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분자조립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나노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분자조립 기술은 생체분자나 고분자 등에 주로 적용돼 왔다. 이들 유기소재들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여서 기계적으로 강도가 약해 응용 범위가 한정되는 약점이 있었다.
김 교수는 탄소나노튜브와 고분자를 휘발성이 강한 유기용매에 함께 녹이고 습도가 매우 높은 공기를 용액 표면에 불어 넣어 다공성 탄소나노튜브·고분자 복합체 막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열처리를 거쳐 고분자만 태우자 그 안에 숨어 있던 탄소나노튜브 가닥들이 동아줄같이 엉켜 형성한 분자조립 다공성 구조를 드러냈다.
김 교수의 연구는 국제 학술단체인 영국 왕립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연성물질(Soft Matter)’이 특별 기획한 ‘신진과학자 특집호’에 초청돼 21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이 특집호는 세계적으로 가장 선도적인 연구업적을 내는 젊은 과학자 18명(미주 6명, 유럽 10명, 일본 1명, 한국 1명)의 상세한 연구 이력과 ‘특별 초청논문’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 교수 논문이 유일하게 초청됐으며, 특히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제치고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연구업적의 우수성을 공인받았다.
김 교수는 “그동안 주로 생체분자나 고분자 등에 한정돼 있던 분자조립 현상을 탄소나노튜브와 같이 높은 전기전도성과 기계적 물성을 가지는 신소재에 적용한 신개념 연구 결과”라며 “분자조립공정의 가능성을 다양한 소재로 확장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