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 2일 이틀간 제주도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를 이용한 세계 첫 모바일IPTV가 시연됐다.
이에 힘입어 KT는 오는 10월 세계 최초로 모바일IPTV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울트라모바일PC(UMPC), 휴대전화기 등을 통해 모바일 IPTV를 시연했다. PC에 USB타입의 셋톱박스를 꽂으면 IPTV 양방향 서비스를 이동 중에도 이용할 수 있다.
통신(IP)이 방송(TV)를 만나 인터넷TV(IPTV)를 만들고, 다시 이동성(와이브로)이 가미돼 ‘모바일IPTV’를 만들었다.
세계 통신시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를 갖고 있는 시험무대(테스트베드)로 불리는 한국 시장이 다시 한번 신천지로의 첫 발을 딛고 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KT와 SK텔레콤이 구현한 모바일IPTV의 핵심 장비가 국내 업체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KT 서비스에 쓰인 인코더는 와이더맥스라는 국내 벤처기업이 담당했고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셋톱박스는 알티캐스트가 구현했다. SK텔레콤 진영에도 국내 업체들이 눈에 띈다.
외산 일색의 방송·통신 장비 시장에서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돋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쾌거가 산업 전반의 도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는다.방통융합시대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비·시스템 산업 육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84년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개발을 계기로 한국 통신산업은 기술 독립의 시대를 개척했다. 네트워크 장비인 TDX의 국산화를 기반으로 CDMA, 와이브로를 개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속은 여전히 채우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2008년까지 IPTV 등 융합서비스 시작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2008년 총 7조원을 투자했으며 통신서비스 시장은 56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신사업자 이외에도 사설망, 자가망 등 기업 장비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u시티 구축 등에 따른 공공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국방부는 국방BcN 구축에 2010년까지 약 26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u시티 사업에 2011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연구개발(R&D) 집약적 지식산업으로 소수의 선도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부가 장비인 코어라우터는 시스코, 주니퍼의 2개 기업이 세계 시장의 93%를 점유하고 있다.
수요기업은 장비의 성능보다 제품의 신뢰성, 유지보수 역량 등을 우선 고려해 글로벌 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국내에 국산 장비의 신뢰성 향상을 위한 공인된 시험평가 체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또 여전한 통신사업자의 최저가입찰제도, 납품기간 단축 등의 관행은 중소기업의 체질 약화를 가져온다. 외산장비의 유지보수 비용은 도입의 가격의 10∼20%에 달하지만 국산장비는 2∼5% 수준에 불과하다. 수요 기업은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 관리의 편리함 때문에 토털 솔루션을 선호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단품 위주의 업체만 존재한다. 당연히 해외 진출은 힘들 수 밖에 없다. 매출 90% 이상이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 같은 총체적 요인은 국내 통신장비업체 800여개 중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 6개에 불과한 현실을 만들어냈다.
글로벌 기업은 고수익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영업이익 급감 등 수익성 악화에 신음한다. 코스닥 상장 16개사의 2007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8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평균 10% 미만에 그쳤다. 반면 시스코는 25%, 에릭슨은 12%를 기록했다.
국내 통신장비 생산·수출은 2004년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2007년 생산액은 약 3조9000억원, 수출액은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선기지국장비만 무역흑자를 기록했을 뿐 전송장비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체 무역수지는 매년 3000억원 내외의 적자를 기록했다.
방송장비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작장비는 95% 이상, 송출장비는 90% 이상이 외산 제품이다. 어느 정도 국산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 수신 장비도 핵심 부품의 80% 가까이가 해외에서 수입돼 국내에선 단순 조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방송장비의 외산 의존도는 IPTV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늦은감이 있지만 방송장비산업 활성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구교광 네트워크연구조합 사무국장은 “방송·통신 장비산업은 IT강국 브랜드 이미지 기반의 ‘신 수출산업화’가 가능한 산업”이라며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상용화, 내수시장 건전화, 글로벌시장 진출의 터전을 닦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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