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에 달하는 비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국제회계기준(IFRS) 의무화 시장을 놓고 컨설팅 업체와 중소IT서비스 업체간 불꽃튀는 수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장사 중 KT&G, STX, 이건산업 등 11개사가 IFRS 도입을 마무리했다. 또 주요 금융권과 대기업집단은 대형 IT서비스 업체와 자체 기술을 활용해 컨설팅과 시스템 개발에 착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년 말까지 도입해야 하는 12월 결산 상장사 40% 가량인 500개사는 시스템 도입을 위해 사내 영향분석, 추진팀 구성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머지 상장사와 공공기관들도 각각 내년 말과 2011년 말까지 IFRS를 적용한 회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업계는 IFRS 관련 IT서비스 시장을 5000억원으로 추산할 때 비금융권 상장사와 공공분야 규모를 합쳐 3000억∼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대형 프로젝트가 빅3를 포함한 IBM 등 대형 업체의 독무대였던 점을 고려할 때 비금융권은 채산성에 맞지 않아 중소업체와 회계 컨설팅 업체의 몫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실제 대형 IT서비스업체 대다수가 회계처리가 복잡한 금융권과 대기업집단에 매달리고 있어 비금융권 상장사와 공공기관 사업 수행에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대기업 IT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규모가 수십억,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금융권과 관계사 일을 하기에도 벅찬 상태”라며 “중소 상장사나 상대적으로 회계처리가 덜 복잡한 공공기관에 쏟을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대형사로선 기껏해야 수억원 규모에 불과한 사업에 매달리기엔 인력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중소 IT서비스업체와 컨설팅 업체의 수주실적에서 최근 나타난다.
코오롱베니트는 최근 교보생명 실적공시 솔루션을 수주한 데 이어 하림그룹, 비피아이홀딩스를, 동부CNI가 골든브릿지증권, HMC투자증권 등 제2금융권에서 관련 프로젝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최형묵 코오롱베니트 ERP 담당 상무는 “내년 말까지 의무 도입해야 하는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료 요청과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그간 쌓아온 레퍼런스를 발판으로 향후 IFRS 도입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회계 컨설팅 업체도 분주해지고 있다. 회계법인들도 컨설팅을 중심으로 다져진 노하우를 발판으로 자체 솔루션 판매에 나섰다. 삼일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 삼성KPMG 등 회계 컨설팅사들은 대부분 회계와 연결공시 분야에서 각자 솔루션을 갖추고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
모인수 삼정KPNG 상무도 “상장사 대부분은 2억∼10억원 규모로 IFRS 사업을 진행해 빅3가 달려들기엔 규모가 작아 솔루션 중심 판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컨설팅업체와 중소 IT서비스업체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