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의 양극성을 이용해 논리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팀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든 논리회로에 양과 음의 공급 전압만을 바꿔주면 전류 흐름이 바뀌어 논리회로의 기본인 낸드(NAND)와 노어(NOR) 기능을 모두 구현하고, 신뢰성이 향상된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탄소나노튜브의 양극성을 단극성으로 바꾸지 않고 특성 그대로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탄소나노튜브는 트랜지스터에 응용하게 되면 고집적 테라비트 메모리 및 초고속 컴퓨터 제작이 가능해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전자소자 재료로 각광받는 물질이다.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흐르게 하는 매체가 전자 혹은 홀(hole)이 되는 단극성 특성을 갖고 있지만, 탄소나노튜브는 하나의 트랜지스터 안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매체가 전자가 되기도 하고 홀이 되기도 하는 양극성 특성을 갖고 있다.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실리콘 트랜지스터와 같이 작동시키기 위해 화학적으로 불순물을 주입, 단극성으로 바꾸는 등의 연구를 했지만 불순물 제어가 쉽지 않고 공기 중에서 불안정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성균관대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방법을 적용하면 기존 실리콘의 낸드 및 노어 논리회로 구현에 필요했던 8개의 트랜지스터를 4개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집적도가 두 배로 향상되며, 작업 방법이 매우 간단해 실제 공정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소자의 집적도 증가로 휴대폰 등 무선통신용 초절전 나노 집적회로 제작에 응용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소나노튜브의 양극성이 단점이 아니라 스위치 작동이 가능한 논리회로를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응용은 미국 IBM 등 선진국이 주도했으나 우리도 이 연구로써 원천특허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 나노분야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4월호에 게재됐으며, ‘네이처(Nature)’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고의 재료과학 연구결과만을 발표하는 ‘아시아 머티리얼스(Asia Materials)’에 지난 15일자 리서치 하이라이트로 소개됐다. 연구진은 국내 특허 2건과 미국 특허 2건, 일본 1건 및 유럽 1건 등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