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들 권한 대폭 강화·조직 장악력 확대될 듯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정무직을 제외한 각 부처의 실무 간부인사를 장관에게 맡길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장관들은 어느 정권시절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동시에 권한에 따른 무한 책임도 지게 된다. 정부의 한 인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방침에 따라 각 장관이 확실하게 부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며 “장관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관, 막강 권력 행사=법에 따르면 5급 이상 공무원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청와대에서 관여할 인사가 워낙 많다 보니 보통 국장까지 해당 부처 장관에게 위임해 제청권을 주고 고위공무원(2급 이상) 인사만을 관여했다. 특히 1급은 차관(정무직) 후보여서 청와대가 비리를 검증하고 각 부처와 협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장관들이 앞으로 고위공무원 보직 이동은 물론이고 1·2급 발탁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조직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 취지대로 시행되려면 인사규정 등 관련 규정 수정이 뒤따라야 할 전망이다. 현재는 각 부처에서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려면 반드시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고위공무원단 임용심사위원회에 인사심사를 의뢰해야 하는 등 행안부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3∼4주 걸렸던 고위공무원단 임명 기간과 복잡했던 임명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만큼 책임도 묻겠다=이 대통령은 장관의 권한 강화와 상응해 책임도 분명히 묻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 책임 아래 인사를 하도록 하겠지만 장관들도 본인 인사(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장관들에게 권한을 준만큼 해당부처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관이 인사권을 발판으로 고위공무원을 장악하고, 이를 통해 산하기관 개혁을 완수하라는 이 대통령의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각 부처 장관들이 부처뿐만 아니라 산하 공공기관의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해 책임을 지라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산하 공공기간에서 비리가 발생하거나 기관장이 평가가 좋지 않다면 장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며 “공공기관 개혁 성과가 장관 평가에 반영된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산하 기관이 많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은 앞으로 산하기관의 개혁에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이날 사교육 대책 관련 지적을 받은 교과부로서는 사교육비 절감 및 전교조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조와 갈등을 빚거나, 구조개혁에 복지부동하던 공공기관은 앞으로 부처 실국장들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공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