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너지 정책의 절대선은 결국 ‘기술’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역시 ‘그린기술’의 확보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지난달 4일 통합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의 초대 원장 자리에 공식 취임한 이준현 원장(53)은 에너지 기술에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에기평의 위상 강화가 중요하다는 이 원장은 임기(3년)내 에기평의 연간 사업규모를 1조원대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학교 선생님(부산대 교수) 출신입니다. 조직 운영이나 경영상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대학에서 책상에 앉아 연구만한 게 아닙니다. 학생들만 상대한 게 아닙니다. BK21사업단장과 기계공학부장 등을 역임하며 기획은 어떻게 하는 것이고, 사람은 또 어떻게 부려야 하는지도 알게됐습니다. 동남원자력연구원장과 밝은미래정책연구원 이사장, 원자력포럼 기획실장 등을 맡아 누구보다 활발한 교외 활동을 했습니다. 이런 이력을 원장 공모 때 심사위원들께서 충분히 참작해 주셨던 것으로 압니다.
-지난 대선 당시 MB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하셨습니다. 이번 원장 임명 역시 그 덕 아닙니까.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와 함께 끝까지 경합했던 후보 중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상임자문위원까지 지내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제 경력을 보면 아시겠지만 연구실적과 교내외 활동 등 ‘전문성’에서만큼은 누구와 견주어도 처지지 않습니다. 이번 원장 선임 역시 무엇보다 저의 학문적·기술적 전문성이 충분히 반영된 결과라 생각합니다.(이 원장은 국내 학술지에 64편, 국제 학술대회에 135편, 국내 학술대회에 169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최근 3년간 주요 연구로는 ‘EU지역 신재생에너지기술 최신 연구동향 분석’ 등 총 10건이 있다.)
-통합 에기평에는 출신이 각기 다른 4개 기관의 직원들이 한 데 모여있습니다. 당장 직원간 소통에 문제가 있어보입니다만.
▲주지하는 부분입니다. 여러 조직이 합쳐 새롭게 출범하는 조직인만큼 직원간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서로의 장점을 보자’입니다. 사실 에너지 바닥은 좁습니다. 타 조직에 몸담고 있었지만, 우리 직원들 대부분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다리 건너면 학교 선·후배고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한 사이입니다. 화합하려면 의외로 쉬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우리 조직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개선 방안 역시 우리 식구(직원)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단점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먼저 알아주고 칭찬해주어야 조직이 융합됩니다. 에기평은 석·박사들이 즐비한 조직입니다. ‘칭찬 경영’ 역시 다들 잘 난 사람 일색인 대학 조직을 운영하며 배운 노하우입니다.
-통합 에기평은 옛 조직 대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기존 에기평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에 대한 기획과 선정·평가를 주로 했습니다. 반면 통합 에기평은 선정 평가 이후의 관리와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전 사이클을 담당합니다. ‘전략기획본부’를 최정예 선임본부로 전진 배치시킨 것도 최적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기획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중장기 전략 수립도 통합 에기평에 새롭게 부여된 임무입니다.
-각종 사업과 기술에 대한 심사과정, 또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 해당 기관과 업체의 불만이 늘 높습니다. 개선책이 있습니까.
▲‘평가’자를 달고 있는 기관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지금껏 수십년간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 교수로서 옛 에기평으로부터 심사나 평가를 받는 대상이었습니다. 당연히 비판도 많이 했으니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셈입니다. 원장 부임후 직원들에게 “모든 고객(피평가자)에게 칭찬받으려 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정확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할 겁니다. 하지만 고객 역시 앞으로는 준비를 많이 해와야 할 것입니다.
-예산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사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태양광 원천기술의 확보와 글로벌 시장진입을 위한 이원화 전략이 추진됩니다. 실리콘(Si) 박막과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염료감응, 유기 등 박막태양전지는 주거·상업용 건물 등에 적용 가능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합니다. Si 태양전지는 턴키 방식으로 생산장비를 국산화하고 초고효율 공정기술 등 저가·대량 양산기술 확보에 주력합니다. 해상풍력 확대 추세에 따라 5㎿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개발을 진행합니다. 해상 풍력단지 구축 및 실증연구를 통해 개발성과품의 운전 실적 확보로 풍력의 수출기반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가정·발전용 고체산화형 연료전지(SOFC)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SOFC 발전시스템기술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발전용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는 국산화 및 고부가가치 독자모델의 개발을 병행합니다. 해조류(홍조류) 바이오에탄올 원천기술 개발과 실증연구도 연계 추진됩니다. 특히 R&D 사업의 전주기를 책임관리할 ‘PD제도’를 태양광과 풍력·연료전지 등 3개 분야에 신규 도입합니다.
-오랜 기간 교육 일선에 계셨던만큼 인재양성사업에 남다른 애정이 있으실 듯합니다.
▲맞습니다. 올해만 인력양성에 332억원 가량을 투입할 겁니다. 이를 통해 오는 2012년까지 그린에너지 전문인력(석·박사급) 1만5000명을 양성합니다. 그린에너지 R&D 기술정책과 탄소금융전문가 등도 키울겁니다. 현재 그린에너지산업 인력수급 전망 실태조사도 추진중입니다. 해외 개도국 진출을 위한 국제에너지 인력벨트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재임기간 중 꼭 이루고 싶으신 것은 뭔가요.
▲조직의 위상을 높여놓고 싶어요. 일을 보다 추진력있게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합니다. 현재 6000억원대인 연간 사업비가 임기(3년)내 1조원를 돌파할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이준현 원장은 누구
1956년 5월 경남 진주생이다. 부산사대부고를 나와 부산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곧바로 일본 도호쿠(東北)대로 유학, 에너지 분야로 석사학위를, 원자력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이후 1990년 8월 부산대 교수로 부임한 뒤, 부산대 BK21 사업단장, 기계공학부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맡아 대외협력과 정책기획 등을 담당했다. 부인 김현순씨(50)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다부진 체격만큼 운동을 즐긴다. 테니스와 수영은 수준급. 등산과 골프도 좋아한다. 주량은 소주 1병.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작년에 있은 기획재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과 한국전력, 신재생에너지센터 등에 산재돼 있던 에너지 R&D 전담조직이 기존 한국에너지자원기술기획평가원에 통·폐합되면서 새롭게 탄생한 기관이다. 한마디로 에너지 관련 국가 R&D 예산을 총괄하는 기구다. 형태는 재단법인으로 특수 법정기관이다. 에너지기본법에 의거, 지식경제부 산하다. 통합 에기평은 각종 국가 에너지개발사업의 기획과 평가·관리 등을 맡는다. 직원 정원은 78명. 계약직까지 합치면 120명으로 늘어난다. 일단 54명으로 출범한 상태며 현재 10여명이 신규채용공고가 나가 있다. 조직은 원장 밑에 전략기획본부를 비롯해 평가관리본부, 녹색성장지원본부, 경영지원실 등 총 4개 본부로 편제돼 있다. 올해 사업비는 총 6408억원. 기관 운영비·인건비(159억원)를 제외한 모든 예산은 각 사업비로 바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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