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2개월 전 비밀리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의 철저한 비밀주의 기업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또 간 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많은 현실에서 잡스가 어떻게 간 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됐는지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잡스의 간 이식 수술을 계기로 비밀주의에 집착하는 애플 기업문화와 잡스의 건강 문제, 간 이식 과정의 의문에 관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애플처럼 비밀을 지키거나 정보 통제에 관한 회사의 규정을 위반한 직원들을 징벌하는 것이 심한 회사는 드물다. 잡스의 간 이식 수술 사례만 보더라도 잡스의 건강 상태에 관한 언론과 투자자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애플 관계자들은 잡스가 이달 말 복귀할 것이라는 점 외에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잡스가 이미 회사에 출근해 일하고 있다고 그를 본 사람들은 말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그가 완전히 복귀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외부와 소통하는 전략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문화 그 자체다.
최고의 보안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를 엄청난 보안검색문을 지난 뒤 출입증을 긁고도 다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고, 사무실에서는 통상 보안카메라에 의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직 직원들은 말한다.
애플은 또 정보를 외부에 누설한 직원들은 해고하고 때로는 상품 계획에 관해 직원들에게 잘못된 역정보를 흘리고 나서 이 내용이 나온 언론 보도의 취재원을 추적하기도 했다. 2005년에 동료 직원이 거래 상대방에게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시연하는 것을 누설한 사건에 연루돼 해고된 한 직원은 애플이 누설자를 일상적으로 파악해서 해고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언론과 주주, 대중과의 소통을 철저히 제한하는 애플의 방침은 블로그나 트위터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주주와 고객에게 더 개방적이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이퍼 제프레이의 애플 담당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는 “애플은 총체적인 블랙박스”라고 말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았던 잡스가 이번에 간 이식 수술을 받음에 따라 암이 전이된 것인지 여부 등 그의 건강 상태에 관한 의문이 일고 있다면서 많은 대기자가 있는 간 이식을 그가 어떻게 받게 됐는지를 놓고 간 이식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 미국에서 간 이식 시스템을 보면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을 얼마나 심하게 아픈지, 얼마나 오래 앓아왔는지 등을 기준으로 대기자 순서를 정하고 있고 여기에 새치기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신문은 그러나 간 이식을 기다려야 하는 대기 시간이 미국의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용 제트기 등을 타고 대기 시간이 짧은 도시나 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이점을 누릴 수 있고 실제로 일부 환자들은 병원 근처의 아파트나 호텔을 임대해 병원에서 전화만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면서 이것이 불공평할 수도 있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