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인 자동차가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음이 울리거나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크루즈 기능 등 차량 자동제어 시스템은 날로 다양하고 정교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운전자가 완전히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긴박한 상황까지 충족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까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리 먼,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니다.
차량 운전자에게 주행 중 갑작스럽게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심장이나 뇌 등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쉬운 고연령층이라면 이 같은 사고의 현실화 가능성은 더욱 높다. 더욱이 고속 주행인 상황에서 발생한다면 이는 해당 차량은 물론이고 다른 차량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젊든 나이가 많든, 병을 앓고 있든 그렇지 않든, 모두가 이 같은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BMW는 이처럼 주행 중 뜻하지 않게 발생하는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비상정차 지원(ESA:Emergency Stop Assistant)’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주행 중 운전자에게 의료적인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안전하게 차량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ESA는 운전자의 신체에 발생한 의료적인 위험을 센서로 감지한다. 심각한 심신의 변화를 감지한 시스템은 차량 운행상태를 자동운전 모드로 전환한다. 이 모드로 바뀐 차량은 우선 비상등이 켜지고 레이더 기술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의해 천천히 갓길 등 안전지역으로 유도된다. 이후 긴급 전화 시스템이 작동, 의료진에게 차량의 위치와 모델·색상 등 관련 정보가 제공된다.
현재 테스트 단계에 있는 ESA는 독일 교육연구부가 BMW를 비롯한 29개 연구소 및 기업과 함께 진행 중인 ‘스마트 시니어-노년층을 위한 인텔리전트 서비스’ 프로젝트의 일부기도 하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