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결승전 같은 예선 무대, 세계 시장도 정복한다.’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행히 세계도 한국 ICT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어, 대한민국이 ICT 테스트베드에 이어 명실상부한 ICT 주도국의 지위까지 확보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ICT 업계는 이를 위해 새로운 전략 분야를 발굴, 수출 성장동력화에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레드오션으로 변색하고 있는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해외에서 블루오션을 찾고 있다. 특히 단순히 특정 사업자의 해외진출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앞선 이동통신 서비스와 기술을 해외에 이전함으로써 이와 연관된 기타 산업의 동반진출을 이루고, 이로써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포부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국내시장에서의) 소모적 경쟁은 침체된 ICT 시장을 공멸의 늪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통신사업자 모두 현재 상황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질적 성장, 미래 지향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사업 강화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특히 “국내 시장이 정체됐다는 것은 이제 해외로 영토를 확장해 현지에서 동반진출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IT강국 코리아의 발단이 세계 최초로 CDMA, 초고속인터넷(ADSL) 등을 상용화하면서 산업전체에 활력소가 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SK텔레콤과 같은 서비스 업체가 나서야 단말, 소프트웨어, 플랫폼, 콘텐츠 업체가 동반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이미 중국 차이나 유니콤과의 제휴, 베트남 에스-폰(S-Fone) 사업 등 이동통신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다양한 국가·지역에 컬러링 플랫폼,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수출해왔다. 또 브리지얼라이언스 등 리딩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와 제휴해 해외사업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또 중동 및 북아프리카, 유럽 등에 국내 장비업체와 함께 와이브로 기술, 장비 수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각종 ‘세계 최초’의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을 앞세워 ICT 및 타 산업영역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종산업 간 융합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초로 종합 무선데이터 서비스(n.Top, 1999년)를 제공하면서 융합서비스를 선도해 온 이 회사는 앞으로 NFC, RFID 등 이종산업 융합 기술력을 바탕으로 ICT와 타 산업 간 컨버전스를 견인해 모든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또 통신망이나 기기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음악·영상·게임 등)를 거래하는 유무선 마켓을 꾸며, 소비자가 마켓플레이스에서 구매한 콘텐츠를 PC·TV·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3스크린 플레이 구현에도 적극적이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소프트웨어 사업자 중심의 상생적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 국내 ICT 산업 경쟁력을 제공하며, 협력업체와 동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애플리케이션·솔루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상생혁신센터’를 신설해 마켓 테스트베드로 운영하고, 향후 코리아 ICT밸리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KT(회장 이석채)의 글로벌 시장 전략은 국내에서의 성공적인 사업수행 모델을 해외에 접목해 국내의 IT 역량을 이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국내 장비업체와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을 꾀하고 있다. KT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NTC를 인수해 연해주 1위, 시장점유율 40%의 이통사업자로 성장시키며 글로벌화의 첫발을 디뎠다. KT 측은 또 “와이브로(와이맥스) 분야에서도 작년 9월 우즈베키스탄의 ‘슈퍼 iMAX’에서 해외 최초로 ‘EVO’라는 브랜드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로 현지 반응도 매우 좋다”고 밝혔다.
KT는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각종 솔루션 플랫폼을 글로벌 표준에 맞게 상품화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해외 통신서비스 회사와 같은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망 구축,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IT 시장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르완다의 국가 백본망 구축사업을 수행했고, 올 3월에는 방글라데시의 인터넷 망 구축사업 및 알제리 u시티 사업을 수주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5개 국내 장비업체와 동반 진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KT 측은 “해외에서의 성공적 사업수행으로 국내에서 축적한 선진 IT 역량을 해외로 수출함과 동시에 개발도상국이 정보통신 서비스 수준을 높일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앞선 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특히 KTF 합병을 계기로 무선사업 역량을 극대화해 해외 통신 시장의 개척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와이맥스(WiMAX) 등의 서비스 확장을 추진할 예정으로, 합병 이후 규모 및 무선사업 역량의 확보를 통해 글로벌 사업 역량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는 주요 대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통신 시장을 검토하고 있고, 이들 지역에서 통신망 및 IT 인프라 구축 수주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일단 KT·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수출을 독려하면서, 와이브로·IPTV·DMB 등 새로운 시장이 형성·발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서비스·시스템·단말기를 결합한 수출모델 형성에 적극적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5명 상임위원이 수요가 있는 시장을 돌면서 정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최근 월드IT쇼와 함께 진행된 방송통신장관회의에 전략적으로 수출거점이 될 만한 국가들을 초빙한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