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이상철 광운대 총장

[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이상철 광운대 총장

뉴IT로 다시 한 번 세계를 누비자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번진 이후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기 시작했다. 금보다도 더 확실하다던 미국 국채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 역시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마저 서로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내놓을 만큼 지금 사태에 관한 해석도 가지가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경제가 회복된 그 이후다.

 무엇이 우리를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게 만들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바로 우리가 제일 잘하는 종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IT다. IT는 그야말로 ‘e불도저’ 같아서 수백명이 하루 종일 삽질해야 할 것을 단 한 명이 한 시간도 안 돼 끝낼 수 있다. 이처럼 IT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을 모두 절약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참 ‘효율적인 도구’다.

 IT는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를 단군 이래 최대의 부국으로 만드는 일등공신 노릇을 해왔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 IT라는 ‘e불도저’를 이제 우리만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제 국가, 기업, 모든 크고 작은 조직, 심지어 개인들까지도 IT를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즉, IT를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는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경영컨설턴트인 니컬러스 카는 ‘IT doesn’t matter(IT는 더 이상 별 것이 아니다)’라는 논문을 실었다. 물론 많은 IT전문가의 공격을 받았으나 그는 ‘IT는 이제 모두가 쓰는 일상재(commodity)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오히려 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누구나 모든 IT도구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필요할 때 전기나 수도를 사용하듯, 플러그인 할 수 있도록 IT가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2001년 KT에서 ‘비즈메카’라는 상품명으로 상용화된 지 오래다. 중소기업들이 경영에 필요한 ERP, CRM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여력이나 또한 운용능력이 없을 때 KT의 비즈메카망을 이용해 그러한 IT 도구들을 페이 퍼 유스(pay-per-use)로 쉽게 이용하게 한 것으로 지금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 니컬러스 카의 주장처럼 IT는 이제 경쟁력이 없는 하나의 ‘낡은 도구’일 뿐일까. 이제 IT가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IT에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한다. 선진대열과 경쟁할 때 IT가 다시 한 번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IT가 입는 ‘새 옷’은, IT에 ‘융합’과 ‘지능화’라는 개념을 더한 바로 ‘뉴 IT’다. IT는 여전히 미다스의 손이 될 수 있다. IT가 만지면 무엇이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와이브로를 이용해 서울시의 버스관리체계를 만든 것이나 햅틱폰을 이용해 자동차를 제어하는 등의 노력은 뉴 IT의 시작이다. 앞으로는 IT와 교통정보를 융합한 전면적인 지능형 교통통제 시스템이 일반화될 것이다.

 교통 통제뿐 아니라 교통체증, 안전, 빠른 속도, 심지어 공해 통제 등의 문제까지 최적화하는 지능형 시스템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요소인 물, 공기, 에너지, 심지어는 시간까지도 뉴 IT를 이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가치 있고 질적으로도 우수한 삶의 질료로 바꿀 수 있다. 이 모두 지능화된 IT와 손잡으면 가능한 일이다.

 이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상상력이다. 뉴 IT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남다른 상상력과 창조력은 뉴 IT로 모든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이다. 뉴 IT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넘어서는 키워드며 새로운 경제 활성화의 동력인 것이다. 지금이 바로 ‘세계 최강의 뉴 IT 한국’을 위해 우리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볼 때다.

 경제회복이 되면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틈새로 수많은 신흥 선진국이 올라와 경제 강국을 향한 새로운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레이스에서의 승자가 아마도 향후 50년 동안, 미국이 지난 50년 동안 누렸던 지위를 누리는 행운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그 레이스에서 이기느냐 하는 것은 노력과 전략 그리고 상상력에 따른다. 우리도 그 대열에 서서 같이 레이스를 펼칠 좋은 기회가 지금 도래해 있다.

 pre-lsc@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