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매년 6천500명 정도가 간이식 수술이란 ’복권’에 당첨된다. 현재 약 1만6천명이 당첨기회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애플 사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4)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의 병가 중에 성공적인 간이식 수술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그의 수술을 맡은 테네시주 멤피스 소재 메서디스트 대학병원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들어 그의 수술일자 등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잡스가 돈의 위력으로 쉽사리 수술을 받게 된 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단 돈을 주고 남의 간을 사서 이식하는 행위는 연방법률상 금지돼 있다. 현재 어느 누구도 잡스가 그랬다고 보지 않고 있고, 메서디스트 대학병원도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그에게 혜택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잡스가 돈 덕분에 다른 이들보다는 나은 처지에서 신속하게 수술받게 됐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간이식 시스템에 정통하고 알게 된 정보를 최대한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유리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잡스가 그랬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직장과 집을 두고 있는 잡스는, 신속하게 움직여 테네시주에서 간이식 긴급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사는 환자가 테네시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려면 그곳으로 가서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해당 병원에서 특정일에 수술하자고 하면 환자는 7-8시간 내로 병원에 갈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이러기 위해선 병원 근처에 임시거처를 구하거나 아니면 수천달러를 들여 전세비행기로 병원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 돈이 필요하다. 잡스가 임시거처를 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또 간이식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미국내 여러 지역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는데, 잡스가 두 군데 이상의 명단에 이름을 등재했는지는 역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잡스가 수술받게 된 정황을 살펴보자.
그는 당초 2004년 드문 형태의 췌장암 수술을 받았고 이후 완쾌됐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엄청난 체중감량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게 된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쉽게 치료될 수 있는 호르몬 불균형을 앓고 있다며 CEO직은 계속 유지하겠노라고 말했다.
그후 몇 주도 안돼 자신의 질환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며 6월까지 병가를 내고 그 기간에는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회사경영을 맡도록 했다.
잡스의 상태에 대해 의사들은 그가 앓고 있던 종류의 췌장암은 천천히 퍼지고 간에 가장 먼저 전이된다고 말한다.
결국 가장 그럴싸한 시나리오는 잡스가 2004년 수술을 받을 당시 췌장에서 출발한 암세포가 간 부근으로까지 퍼진 상태였지만 수술 후 수년 동안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심각한 체중감량을 야기했을 수 있다는 것.
잡스의 간 대부분은 손상을 입었다고 의사들은 간주한다.
이런 환자는 어떠한 기관의 신체부위 이식 명단에서건 상위 순위에 올라간다고 댈러스 소재 텍사스 사우스웨스턴대 의료센터의 췌장암 전문의 로드리히 슈워즈가 말했다.
따라서 잡스가 여러 곳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은 남아있는 셈이다.
슈워즈는 이어 잡스와 같은 환자의 경우 간이식으로 췌장암이 치유될 수 있지만 재발 위험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