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니트족’ 100만명 시대 돌입

소수의 ‘괜찮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청년 구직자들이 장기간 취업준비 상태에 머물면서, 일도 하지 않고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소위 ‘청년 니트족(NEET)’이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경련은 ‘청년 니트 해부:청년 니트족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 실업률에 큰 변동이 없는데도 청년층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청년 니트족 확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청년 니트족은 15∼29세 인구 중 무급가족 종사자, 실업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그리고 지금은 사정상 쉬고 있으나 장래 취업 의사가 있는 자 등이며, 작년 상반기에 약 1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청년층 실업자 32만8000명의 3.4배에 이르는 수치다.

전경련이 성균관대 인적자원개발(HRD)센터에 의뢰해 조사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니트율(전체 청년 인구수 대비 청년 니트자 수)은 공식 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졸자의 경우 실업률 대비 니트율이 3.1배로 고졸(2.5배) 및 전문대졸(2.3배)보다 높았다. 이는 대졸자들이 실업상태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꺼려하고 그 대신 취업 ‘준비기간’을 장기화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학력별로 니트 사유를 살펴볼때, 모든 학력수준에서 공통적으로 ‘취업 준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 순위로 고졸은 ‘일하고 싶지 않아서(12.4%)’와 ‘진학준비(12.4%)’가, 4년제 대졸자는 ‘대학·대학원 진학(16.4%)’와 ‘원하는 임금·근로 조건에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8.2%)’ 순으로 나타났다. 고졸자의 경우 구직 의지가 약한데 비해 대졸자는 몸값을 높이거나 취업 도피처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노동시장의 진입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소수의 괜찮은 일자리를 얻으려고 대다수 청년 구직자들이 학업을 연장하고 스펙을 쌓는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청년 니트족이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 인력수급 불일치, 중소기업의 고학력자 흡수 기능 저조, 정규직 과보호와 고임금으로 인한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 위축 등 현 노동시장의 문제점들도 청년 구직자를 니트 상태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청년 구직자들이 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취업 눈높이만 높이고 ‘학업 연장을 통한 취업 연기’라는 기존 구직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게 되면 청년니트의 덫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급속히 불어나는 청년니트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성장 둔화나 미래 숙련노동인력 상실 등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빈곤층 확대나 중산층 붕괴 등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청년니트족 확대가 기업들의 고용창출 노력이나 일시적인 일자리 나누기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근로자 일부에 국한된 고용 안정성이나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임금 문제가 시급히 해소돼야 노동시장에서 구인·구직자 간 인력수급 불일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으며, 청년 니트족의 노동시장 참여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교육과 직업·직무 교육간의 연계를 강화하여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력이 공급되어야 사회적 손실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이 청년니트족을 유인하지 못하면 정부의 다양한 고용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해소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