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근 아서디리틀 아시아 총괄대표
세계 최초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 이하 ADL)은 성공한 기업을 대상으로 신의(Trust)와 혁신(Innovation), 지속 경영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마크앤스펜서 같은 대형 유통업체, BT 같은 통신 서비스업체, 노보노디스크 같은 의료전문기관, HSBC 같은 은행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경쟁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업에서 리더십, 신의, 혁신이 지속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신의가 창출하는 기업 가치는 쉽게 계산되진 않지만 논리는 단순하다. 즉, 신의는 신뢰를 낳는다. 신뢰는 좋은 평판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시 평판은 기업 가치를 높인다. 혁신적 가치 창출은 혁신적 기술·상품·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추가 매출과 수익을 창출한다. 또 비용이 절감됨으로써 기업 가치를 창출한다. ADL의 연구에 따르면 혁신적인 기업이 타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6배 높은 세전영업이익(EBIT)과 13% 높은 성장률을 실현하고 있다.
특정 분야나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 중 신의와 혁신을 사업 방식으로 삼아 성공한 예를 보자. 도이치텔레콤은 혁신을 통한 비용·위험 감소와 가치 창출 실현은 물론이고, 신의적 측면에서 안전·노동·고용·환경·윤리 등 중요성이 증가하는 분야를 개선해 주주의 지지와 동의를 얻음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였다.
컴퓨팅 제품 생산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에너지와 자원 효율화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고객들에게 선의 시스템을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 절감과 서버 공간 절약으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수 있음을 홍보한 것이다. 이로 인해 보다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장치와 에너지 소비 절감 처리장치를 개발할 수 있었다. 또 선은 버려질 99%의 자원을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 이러한 환경적인 성과는 매출 증대와 기업 가치 제고로 연결되었다.
의료회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주주 이익과 환경, 장기 수익성 간에 균형을 맞추는 비전을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회사 의료 제품(주로 당뇨병 관련)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주력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직원·정부·국제 조직·전문가와 연대해 다른 치료 용법을 개발하였다. 이 용법은 당뇨병을 가진 사람을 개개인마다 다르게 처방하는 치료법이다. 문제는 맞춤 치료법에 수반되는 고비용이었다. 기업으로써 초고비용 상품 출시는 상당히 큰 딜레마였다. 노보노디스크는 치료를 위한 최고의 방법이라는 강력한 신념으로 이를 해결하게 되었다. 이것이 46개국의 국제 당뇨 프로그램을 포함해 당뇨가 있는 사람들과 전문의들의 소망인 DAWN 프로그램이었다. 이로써 노보노디스크는 당뇨 진료에 있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을 실현하였고 다음 세대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화학 회사인 바스프가 사업 간에 자재 및 폐수를 교환하고 공유하는 버밴드(Verband) 선창으로 놀라운 비용 절감과 친환경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은 혁신과 사회에 대한 신의 제고 전략이 복합적으로 수행된 결과다.
이러한 예는 신의와 혁신의 조합을 통한 기업가치 증가의 본보기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신의와 혁신이 기업 가치 제고에 공헌한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이를 기업자산으로 분류해 일관성 있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제 관건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다. 기업의 신의와 혁신을 어떻게 측정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ADL은 경영자가 얼마나 혁신적이어야 기업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관련성을 제시하고 강력한 평가 도구를 개발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혁신의 장애에 대해 깊이 파악하고 어떻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였다. 이 결과로 어떻게 하면 혁신 역량을 높일 수 있는지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ADL이 100개가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한 컨설팅의 결론은 ‘성공은 자기 이익만 챙기는 혁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기업이 산업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역할을 더욱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어떻게 혁신을 이용하는지, 기업의 성공을 통해 산업이나 사회는 어떤 혜택을 보는지 등에 대한 핵심 성과 지표도 만들어 냈다. 그 지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의 차원에서는 △사업 원칙, 전략 수립 지침 및 의사 결정에 맞게 사업이 운영되고 있는가 △고위 경영진들이 일관되게 지켜가는 경영 철학과 원칙은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주주와 긴밀히 소통해 전략적 주요 이슈를 파악하고 우선 순위를 매기며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는 데 윤리적 지침을 고려하는가다.
혁신 차원으로는 기업은 △효과적으로 혁신 목표를 설정하고, 복잡성(제품 포트폴리오, 고객 분류, 브랜드 다양성)을 관리하기에 적합한 혁신 사업 모델을 사용하는가 △전략의 개발, 아이디어 관리, 제품 개발을 포함하여 혁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혁신의 부단한 창출을 위한 개방형 혁신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가 등이다.
지속 경영에 관한 요구는 기업의 영속성 추구라는 명제 아래 경영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다. 지속 경영을 위한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사회적인 기대는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게 된다. 지속 경영을 통해 성과를 내는 기업의 공통적 성공 요인이 ‘신의’와 ‘혁신’이라는 것은 윤리 경영, 혁신 경영, 환경 경영, 윈-윈 경영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lee.sukgeun@adlitt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