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엇보다 큰 고민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재 운용 중인 시스템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IT 투자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정진하 정보기술원장은 현재 CIO로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장 먼저 차세대시스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SK브로드밴드의 현 주전산시스템인 ‘코러스’는 지난 1999년 처음 개통된 후 2001년 한 차례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이다. 한 차례 업그레이드가 됐다고는 하지만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시스템 가동 시점인 2년 후에는 10년째를 맞이하게 된다. 이 정도면 상당히 노후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지금쯤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하든지 아니면 적어도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는 내부 의사결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 침체 상황만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다. 오히려 혹시 모를 SK텔레콤과의 합병이 더 큰 고민거리다. 만약 SK텔레콤과 합병이 이뤄진다면 SK텔레콤과 정보시스템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데 섣불리 SK브로드밴드만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SK브로드밴드의 주전산시스템이 당장 아무것도 못할 정도의 시스템은 아니다. 정 원장은 “현 시스템이 8년가량 됐지만 그동안 조금씩 수정 보완을 해왔다”며 “신규 상품 출시나 비즈니스 등을 지원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현 수준에서 출시되고 있는 결합상품을 지원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현 주전산시스템 사용이 장기화되거나 향후 통신산업 환경이 급변한다면 SK브로드밴드의 현 IT 인프라로는 비즈니스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SK 통신계열사의 IT 표준화 전략도 변수다. 앞서 SK텔레콤 CIO인 권혁상 전무는 CIO BIZ+와 인터뷰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SK 통신계열사들의 IT는 향후 전체적인 표준화 전략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조심스럽게 사견임을 전제로 “현재로서는 SK텔레콤의 유키시스템과 통합을 고민해야겠지만 이를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키시스템과 표준화를 고려한 상태에서 SK브로드밴드의 차세대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난 후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따라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향후 시스템 통합을 고려한 상태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한 KTF의 ‘엔스텝’과 유사한 상황이다. SK텔레콤의 차세대마케팅(NGM) 시스템인 ‘유키’는 올해부터 고도화가 추진된다.
차세대 프로젝트에 의사결정이 늦춰지고 있을 뿐 일상적인 IT 프로젝트는 여느 기업 못지않게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SK브로드밴드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결합상품 판매 및 유선 단독상품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대리점 단말 환경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 원장은 “기존의 대리점 단말로 제공되는 SK브로드밴드 상품에 대한 청약 등의 서비스 화면을 SK텔레콤 화면과 동일하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리점 이용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SK브로드밴드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영업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영업 지원시스템도 기존 코러스에서 분리, 자체 구축했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는 개인고객 위주로 영업을 해 왔으나 최근 3∼4년 전부터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개인영업 프로세스와 혼재돼 있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기업영업 지원시스템 구축은 총 2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1차 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오는 7월 말 2차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올해 초 개정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오는 8월 말까지 주민등록번호·카드번호·계좌번호 등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암호화 작업도 완료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부터 검토가 이뤄져 지난 3월 착수했다.
SK브로드밴드 IT아웃소싱 체계는 현재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는 △빌링시스템과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개발 및 운용은 메타넷에서 △전산실 및 사내전산망·운용지원시스템(OSS)은 포스데이타에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은 IDS앤트러스트에서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들 IT아웃소싱 계약은 올해 말에 완료된다. 이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IT아웃소싱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SK그룹 IT계열사인 SK C&C로 이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IT거버넌스 체계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업에서 요청한 각종 IT사업 리소스 및 사업 우선순위를 분석해 포토폴리오 관리가 이뤄질 수 있게 했다. CIO 대시보드로 운용업무 의사결정 시간도 단축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7년 파트너관계관리(PRM)시스템, 영업자동화시스템(SFA), 통합커뮤니케이션마케팅(ICM)시스템을 구축, 완료했다. 올해 IT예산은 투자예산 200억원, 경비예산 200억원의 총 400억원이다. IT인력은 정보기술원 인력 60명, 외부 아웃소싱 인력 200명 등 총 260명을 보유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정진하 SK브로드밴드 정보기술원장은
1962년 경기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한국전력 정보시스템처에 입사한 후 1997년 한국전력이 지분 투자한 옛 하나로텔레콤으로 이동했다. 이후 IT전략팀장, 정보시스템팀장 등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CIO인 정보기술실장을 맡아왔다. SK브로드밴드로 전환된 이후 정보기술원으로 부서 명칭이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