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원 신권이 시중에 풀렸지만 특수가 기대되는 지폐인식기 업계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기존 1만원권, 5000원권에 비해 고액권인 5만원권 지폐는 유통물량이 적은데다 자동인식수요는 더욱 떨어진다. 또한 위조방지은선으로 인한 ‘5만원권 벌어짐’ 소동처럼 빳빳한 신권지폐가 몇달 뒤 닳으면 지폐인식기 속에서 일으킬 기계적 오류 가능성도 제품출시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
지폐인식전문업체 푸른기술(대표 함현철)은 5만원 신권의 지폐인식기술을 확보했지만 일단 시장추이를 관망하는 입장이다. 회사측은 올해 매출목표 200억원 중에서 5만원권 지폐인식기로 인한 특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혓다. 푸른기술의 한 관계자는 “고액권인 5만원권 지폐로 자판기 음료수를 뽑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하철 카드충전기, 식권 판매기 등에 일부 사이트를 겨냥한 장비출시는 오는 8월 이후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씨케이테크놀로지(대표 김용일)는 다음달 은행권 금융기기를 제외하고 최초로 5만원권 지폐인식기 1개 모델을 출시한다. 이 장비는 셀프주유소에서 특화된 지폐인식기로서 기계부품 교체없이 SW업그레이드만으로 5만원권 지폐인식이 가능하다. 회사측은 5만원권이 습도가 높은 여름, 겨울철에 지폐인식률이 떨어질 경우 사후관리에 부담이 크다면서 HW교체가 필요한 신형장비 출시는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틸러스효성, 청호컴넷, FKM 등 ATM제조사들도 은행권의 5만원권 인식장비 교체수요가 발생하지만 매출에 큰 도움은 못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은행권에서 연말까지 교체할 5만원권 ATM 수요는 5000여대로 전체 ATM 보급댓수의 겨우 5% 남짓한 수준이다. 일본에서 제작한 5만원권 인식모듈을 추가하는데 ATM 한 대당 약 500만원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든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아니라 입찰경쟁을 거치고 나면 ATM교체로 인해 제조사에 남는 금액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유통되는 지폐의 세로는 68㎜로 똑같지만 가로는 1000원권이 136㎜, 5000원권 142㎜, 1만원권 148㎜, 5만원권 154㎜로 고액으로 갈수록 6㎜씩 커진다. 따라서 10만원권이 나오면 가로160㎜로 더 길쭉해진다.
지폐인식 전문가들은 이번에 5만원권 ATM, 지폐인식기가 널리 보급되면 향후 10만원권이 새로 나와도 SW업그레이드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