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과도한 기술마케팅의 폐해

 “SOA요? BPM과는 관련 없어요.”

 며칠 전 국내 한 대기업의 IT부서에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기반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프로젝트의 진척도를 묻자 담당자가 놀란 어투로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전사 아키텍처를 SOA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중 일부 기능에 BPM 개념을 구현한 것을 두고 SOA 기반 BPM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말했다.

 귀를 의심했다. 기자는 얼마 전 한 행사장에서 분명 그 기업이 SOA 기반 BPM으로 시스템 통합에 나서고 있다는 사례 발표를 접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는 이 회사에 BPM 솔루션을 공급한 소프트웨어 회사 측이 한 것이었다.

 이 대기업 담당자는 기자에게 BPM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는지 되물었다. 기자가 내리고 있는 정의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BPM은 태생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안고 있었다. 과연 이 솔루션이 ‘BPM인가 아닌가’를 두고 말이다.

 심지어 BPM이 ‘IT인가 아닌가’를 두고도 한때 혼란이 있었다. 가트너가 BPM 정의를 번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1년 가트너는 BPM을 IT 중심으로 정의했다가 2006년에 ‘경영철학’의 관점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혹자는 이러한 가트너의 실수가 수많은 BPM 프로젝트의 실패를 초래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과도한 지적일 수도 있지만, 개념 정의에 대한 이런 혼란과 논쟁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용어가 생겨나는 IT 업계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BPM을 두고 “정의가 혼재하다 결국 주객이 전도된 경우”라고 비판한다. 초창기 워크플로나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이 BPM인가 아닌가를 두고 논쟁하는 등 BPM을 자칭한 많은 기술이 논쟁을 벌이며 BPM 시장을 확대해 나가다, 이제는 프로세스에 대한 설계가 없는 솔루션도 BPM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 진정한 프로세스 혁신을 실현한 BPM 프로젝트 성공사례는 가물에 콩 나듯 한다는 평가다. 이런 현실이 BPM 솔루션 시장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신기술을 거창하게 포장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일부 IT업체들의 왜곡된 홍보 정책도 문제다. 자사 제품이나 기술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제품을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공급업체의 사탕발림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IT 사용자들의 무지도 물론 문제다.

 BPM 소프트웨어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BPM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효용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1회성 프로세스 혁신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다시 한 번 기본으로 돌아가 고민할 때다. BPM 솔루션을 잘 팔기 위해서든, BPM 프로젝트를 잘 하기 위해서든 말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