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내수시장 선진화 필요”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수출 유지, 내수 시장의 확대, 사회안전망 확보 등을 통해 경기가 회복된 이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한 ‘제36회 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 초청된 이 부위원장은 내수시장 발전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조찬회에서 이 부위원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시작된 이번 위기로 인해 국내 경제가 영향을 받은 상황은 시기 마다 그 특징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9~10월 사이의 위기상황의 원인은 외환보유고와 국내 외채 규모, 그리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세계 경제의 침체 시 받을 타격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에서 시작됐다”면서 “11월 이후에는 서구에서 소위 아시아 책임론을 통해 수출로서 성장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재소비를 하지 않고 미국 국채 구매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유동성 공급이 증대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아시아 국가의 수출이 어려워 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먼저 심각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로서 우리 경제에 위협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작년 하반기 위기극복 과정에서 실물경제의 위기를 막기 위한 ‘과격한 재정정책’을 사용했으며, 우리 GDP의 7.9%에 해당하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무역금융 등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했다”고 지적하고 “동시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재고하기 위해 한국은행 10조, 산업은행 2조, 민간 자본 8조 규모의 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조성해 은행의 안전성 확보를 동시해 진행,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이후 악화되는 경제지표와 동유럽 위기 등으로 국제경제 상황이 재악화된 것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경각심을 가지고 기업구조조정펀드 40조원 조성 계획, 금융안정기금을 통한 금융 안정화 법안 마련, 추경예산 편성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현재 우리경제는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제 회복이란 표현은 맞지 않고 급락이 완화된 것일 뿐”이라며 향후 경기급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향후 우리 경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동시에 지적했다.

그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우리 무역업계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이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건전하고 부동산 담보 대출의 양이 많지만 가격 폭락의 우려가 적은 점 등을 들 수 있다”며 “부정적인 요인으로 미국, EU 등의 금융자산 가치의 저하로 해외 소비침체가 지속돼 한국의 대외 수출이 상당기간 위축될 것이므로,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달리 수출 급증에 의한 V자 회복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위원장은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시장 확대에는 재정 건전성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의료관광 비즈니스, 교육시장 확대와 같은 ‘서비스업 발전’ 등 민간자본 투입을 통해 단기간에 내수시장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연 후 가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 부위원장은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는 낮으며, 원자재 부분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존재하나 그 인플레이션이 있다는 것은 경기가 그만큼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