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폐합…SW업체 `냉가슴`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기업 A사. 2007년부터 교육부에 300인 라이선스로 SW를 공급해 왔다.

 지난해 교육과학부로 부처 통합이 되면서 라이선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700여명으로 늘어난 터라 A사는 최근 재계약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대답은 ‘라이선스만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교육부에서 교과부로 이름만 바꿔달라는 요구였다.

 A사의 사장은 산하기관 등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갱신해 줬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자 다른 통폐합된 부처에도 아직 말도 못꺼내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에 공급했던 A사는 지경부로 바뀐 후 규모에 맞게 라이선스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똑같은 반응을 예상하고 포기한 상태다.

 공공기관 통폐합이 SW 기업들에게는 가격 하락이라는 어이없는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SW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민간보다 공공기관에 더 낮은 가격으로 라이선스를 공급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자 SW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B 기업은 업그레이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다. 각기 다른 버전의 제품을 공급했던 기관 두 개가 통합되면서 높은 버전 제품이 사용됐다. 버전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가격을 올려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번 일은 다음 버전 업그레이드할 때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마무리 됐다.

 C 기업은 주체와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통합을 논의 중인 기관이 각각 규모가 다른 터라 제품 가격도 달랐던 것인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저렴하게 공급했던 가격보다 더 라이선스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용자가 많아졌으니 그에 맞춰 가격을 깎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통합에 맞춰주고자 인력도 투입한 것이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왔다.

 SW 기업 C사의 임원은 “원래 공공기관이 유지보수율도 낮고 가격 자체도 저렴하게 받는 편”이라며 “아직도 최저 낙찰제가 성행하고 있는 판국에 라이선스 계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