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조가 3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못 맞추고 있습니다.”
양산 3개월째를 맞은 LG디스플레이 파주 8세대 공장에서는 불황의 그늘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26일 기자가 찾아간 이 공장은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그야말로 풀가동 상태였다. 라인 공장장인 구도회 상무는 “8세대 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고객들이 필요할 때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통상 이런 공장은 준공 후 완전한 양산까지 8개월가량 걸리는 데, LG디스플레이는 불과 3개월 만에 양산 능력을 90%까지 끌어올렸다. 휴무가 없을 정도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는 이 공장에서는 2,200×2,500 크기의 8세대 LCD 패널 기판을 월평균 8만3천 장 뽑아낸다.
기판 1장은 55인치 TV용 패널 6장, 47인치 TV용 8장을 만들 수 있는 크기다. LCD 패널을 만드는 작업장인 팹(fab)에서는 수십억 원짜리 고가 장비가 유리에 트랜지스터를 입히고, 완성된 패널을 자른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팹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된다.
유리에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크기인 트랜지스터를 입히는 증착 과정은 3~4번 반복되는 데, 미세한 먼지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섬세한 작업이다.
팹에는 ’이물 박멸’이라는 문구가 등 쪽에 새겨진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첨단기계의 작동 상태를 점검하느라 가끔 드나들 뿐이었다. 이 기계를 제어하는 것은 팹 위에 설치된 ROS(Remote Operating System)다. ROS룸은 패널 검사, 장비 점검 및 복구를 원격으로 통제하는 두뇌인 셈이다.
팹에서는 움직이기에 다소 불편한 방진복을 입어야 하지만 ROS룸에서는 평상복을 입고서도 기계의 이상 유무를 24시간 검사하고 원격으로 작업할 수 있다.
ROS 룸에서는 27명이 첨단 장비를 통해 전수검사를 한다. 그만큼 불량률도 낮아졌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 속에서도 LG디스플레이는 과감하게 3조1천억 원을 투입해 8세대 공장 준공을 밀어붙였다. 당시는 누구도 시장 회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투자를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경영진은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LCD 시장을 선도하려면 충분한 공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투자를 강행했던 것이다.
이런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올 1분기부터 주문이 밀려들어 8세대 라인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생산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준공 후 양산 체제를 갖추는데 8개월 이상 걸리던 기간을 단축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각 공장에서 선발된 베테랑 직원으로 구성된 특별팀은 ’처음부터 잘하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라인 구축 작업에 전력을 다해 매달렸다.
대당 100억원이 넘는 노광기(유리 기판 위에 전자막을 만드는 장비)를 설치할 때는 먼저 장비를 들여놓고 주변에 배선 공사를 하는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배선 작업을 먼저 한 뒤 장비를 바로 설치할 수 있게 해 공정을 60% 이상 단축했다.
또 8세대 라인에선 설계 과정부터 효율성을 추구한 덕분에 총 5조3천억원을 투입했던 7세대 라인에 비해 투자비도 2조원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생산성을 1.5배 이상 끌어올림으로써 아직 100% 가동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대만의 경쟁업체들을 따돌린 것도 LG디스플레이의 자랑거리다.
구 상무는 “3개월 만에 완전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많은 설비가 들어가는 공장은 초기 가동 때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는데 설계 때부터 오류를 최소화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준비를 철저히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2006년 4월 준공한 LG디스플레이 파주 LCD 단지에는 7세대(1,950×2,250) 라인에 이어 8세대 라인이 가동 중이다. 차세대 라인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도 한쪽에 마련돼 있다.
전체 부지면적이 450만㎡인 LG의 파주 LCD 단지는 주변에 조성되는 협력업체 단지와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등 LG 계열사 입주 단지가 제 모습을 갖추게 되면 전후방 산업을 연결하는 집약적 산업단지로 도약하게 된다.
본 단지와 협력업체 단지의 총 고용인원은 1만여 명이고, 입주가 마무리되면 4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구 상무는 “LG디스플레이 패널의 우수성 때문에 전 세계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며 “8세대 준공을 계기로 임직원들은 극한의 효율에 도전해 보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