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원자로 수출건으로 우리나라가 2년 넘게 매달렸던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입찰에서 탈락했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기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전력기술·두산중공업·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네덜란드 ‘팔라스(PALLAS)’ 입찰에서 탈락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컨소시엄은 프랑스 ‘아레바’, 아르헨티나 ‘인밥’과 경쟁을 펼쳤다. 팔라스 낙찰 결과는 7월 1일에 공식 발표될 예정이며 아르헨티나의 ‘인밥’이 선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탈락 이유는 가격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컨소시엄의 입찰 가격은 아레바 보다는 낮았지만 인밥보다는 높았다. 인밥은 한국 컨소시엄보다 15∼20%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입찰 상대에 대한 정보 파악이 부족했고, 가격 정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좋은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팔라스는 최대 열출력 80㎿급의 세계 최대규모 연구용 원자로로 건설비용만도 1조원대에 이른다. 팔라스는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어 정부차원에서 한승수 총리와 김중현 교과부 차관이 잇달아 네덜란드를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수출 지원활동을 펼친 바 있다.
박희범·권건호기자 hbpark@etnews.co.kr
<뉴스의 눈>
아쉬움이 크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용 원자로 입찰에 참가해 최종 입찰 자격을 획득했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 조심스레 수주 가능성이 점쳐졌다.
일부에서는 비록 최종 탈락한 것은 아쉽지만, 원자력 기술 수출에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한국이라는 존재를 원자력 기술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유럽시장에 알린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는 견해도 있다. 또 유럽 등 선진국이 지향하는 원자력기술 요구사항과 안전컨셉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원자로 기술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원자력연구원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음을 정리할 좋은 기회가 됐다”며 “사업제안서도 3개월 만에 작성할 정도로 기술력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수주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앞으로의 사업에서도 사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컨소시엄 참여 주체들의 주인의식 약화다. 특히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상 서로 위험요인을 기피하려는 상황이 이번 입찰에서 큰 걸림돌이 됐다. 예컨대 단일 기업은 의미있는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수익을 최소화하거나 혹은 손해를 감수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복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다보니 기업들이 비용산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적인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전혀 리스크를 지려하지 않았고 국가도 주도적으로 기업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문병룡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국제 시장에 한국 원자로 기술의 존재를 알리고, 대형 입찰 참가라는 경험을 얻었다”면서 “이번 입찰 과정에서 정부, 기업, 연구기관이 서로 감내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문 국장은 “이번에 얻은 경험을 토대로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 다시 도전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