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용도에 따라 전기료를 차등부과하는 현행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은 29일 내놓은 ‘녹색성장 구현을 위한 지능형 전력망 도입’ 보고서에서 “용도별 요금체계는 스마트 그리드의 핵심 요소인 실시간 가격신호 기능을 적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 성공하려면 전기 판매시장에 경쟁체제가 갖춰져야 하는데, 용도별 요금체계에서는 판매경쟁이 어렵다”며 현행 전기요금 체계가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 구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전기요금은 가격기능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며 “연동제를 시행해 연료비 변동분을 전력사용량에 맞춰 요금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그리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이 일반화되면 부하량에 따라 전기요금이 바뀌게 돼 소비자로서는 요금이 싼 시점을 선택해 전기를 소비할 수 있고, 전력생산자는 부하량 분산을 통해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수요자이기만 했던 일반 가정도 태양광이나 풍력 등 소규모 발전설비를 갖추면 스마트 그리드망을 이용해 남는 전력을 파는 공급자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보고서는 전력 소매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발전.판매 겸업회사 설립을 통한 경쟁구도를 만들고서 단계적으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방안은 이른 시일 안에 전력 소매시장에서의 이윤창출을 위한 경쟁을 정착시켜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 방안은 노조 등 공기업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이해 관계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