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기’로 치부되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 기업들의 21세기 최첨단 수익 사업으로 부상했다.
수년 전부터 한발 앞서 CDM 사업을 준비했던 기업들이 속속 탄소배출권 확보로 ‘현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벌어들인 이익이 기존 사업 영업이익의 5배가 넘는 곳도 있다.
포스코·한국전력·수자원공사 등 에너지 생산 및 소비가 많은 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지방자치단체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재 수익을 만들어내는 CDM사업은 탄소배출권 판매.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위한 국제협정인 교토의정서에서 감축장치 중 하나로 구축한 CDM은 자사나 타 기업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한 후 여기에서 확보한 감축량을 증권화해 타 기업이나 타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전문기업인 후성은 에어컨 냉매인 클로로디플루오르메탄(HCFC-22)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HFC23을 열분해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다. 여기서 감축되는 이산화탄소가 140만톤. 이를 자회사를 거쳐 해외 기업에 판매한다. 지난해 탄소배출권 판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금이 170억원이다. 자체 사업으로 얻는 영업이익 34억원보다 많다.
휴켐스도 CDM 사업을 바탕으로 한 탄소배출권 판매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N20을 저감하는 CDM사업을 전개하면서 지난해에만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설치한 탄소배출 저감 설비는 전량 오스트리아 카본에서 자본을 제공했다. 따라서 수익 중 76%를 카본이 가져가고 휴켐스는 22%만 확보하는 계약이 맺어져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배출권 판매량 100%를 휴켐스가 확보, 최소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기기 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는 LED 조명과 탄소배출권을 연계한 사업을 시작한다. LED 조명 등 신기술 도입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으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아직 일반 조명보다 비싼 LED 조명을 싸게 팔고, 이로 인해 줄어드는 전기료만큼 탄소배출권을 받아 수익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올해 안에 전남 나주에 거래시장을 여는 등 탄소배출권 거래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다.
에너지 관련 대형 공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05년 5월 공공기관 최초로 탄소배출권을 해외에 판매하는 CDM사업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시화조력, 소수력1·2, 시화풍력 등 4건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온실가스 배출권(CERs)을 네덜란드 ABN암로은행에 10만8000유로(약 1억7000만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시화호 수질개선과 해양의 무공해 전기에너지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이 완공되면 5억5270만㎾h의 전기에너지 외에 31만5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도 기대된다.
한국전력도 중국 풍력발전 사업 등으로 17건, 52만톤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한전은 2010년 가입을 목표로 송배전 설비의 육불화황(SF6) 회수와 재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SF6 가스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지수가 2만3900배 높은 물질이다. SF6 회수·재활용에 성공하면 연간 기준 236만톤, 금액으로는 470억원에 달하는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울산·구미 등 지방자치단체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산시는 스웨덴투자사인 SBK와 함께 용연하수처리장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바이오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최신 시설을 오는 8월 말 준공할 계획이다. 이 바이오 메탄가스는 고순도로 정제해 인근 SK케미칼 울산공장에 9월부터 하루 1만5000톤씩 공급하게 된다.
SK케미칼은 연료인 벙커C유를 바이오 메탄가스로 대체해 연간 2억여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SBK는 연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시는 연간 60톤(질소산화물 36톤, 황산화물 24톤)의 오염물질 감축효과를 거두게 된다. CDM 등록으로 연간 1억3000여만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구미시도 환경관리공단, 에코에너지홀딩스와 구포매립장 매립가스 발전 CDM사업을 시작한다. 지난 2007년 말로 매립종료한 구포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매립가스 중에는 유용한 연료성분인 메탄(CH4)을 함유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전기발전 판매사업과 메탄(CH4)을 포집, 처리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을 얻게 된다. 연간 약 210만2400㎥의 매립가스를 포집, 237만6000㎾h의 전력을 생산하고 약 5900톤의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전망이다. 구미시는 2010년도 준공을 목표로 환경자원화(소각·매립)시설에서 발생되는 폐열을 이용한 발전설비도 201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상사, 세계 최초 LCD제조공정과 관련된 CDM 방법론 개발
LG상사는 기후변화협약 대응사업을 주요사업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2월 LCD 제조공정과 관련된 CDM 방법론을 개발, 지난 2월 UN에서 공식 승인받았다. LCD 제조공정에서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육불화황(SF6) 감축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LCD 제조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의 CDM 방법으로 LG상사는 이를 통해 현재 UN기후변화사무국(UNFCCC) 홈페이지에 등록돼 있다.
올해 약 80억원을 투자해 연말까지 LG디스플레이 구미6공장에 SF6 저감설비를 구축하고 3개월의 시운전을 거쳐 내년 1분기 내에 정상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확보한 탄소배출권을 의무감출국을 상대로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LG상사가 감가상각비, 운영비 등을 제하고도 이 사업에서만 연간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 구미6공장 CDM사업을 계기로 향후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으로 사업확대를 추진 중이며, 자체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해외 CDM사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LG상사 관계자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CDM사업을 포함, 지속적으로 신규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석유대체 연료 등 녹색에너지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바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및 기후변화대응사업을 포함한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와 CDM사업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LG그룹 각사에서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 예정인 사업의 협력 및 발전방안도 꾸준히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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