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과 아날로그 방송의 차이점은 ‘화질’과 ‘음질’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이 정도였다면 정부가 디지털 방송을 추진하는 데 지금보다 훨씬 많은 조직적 저항을 불러왔을 것이다. 디지털 방송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양방향성’이다. 방송이 양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수동적인 관람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관람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시대가 되면 방영 시간에 맞춰 안방에서 프로그램을 기다리던 시청자는 사라지고 언제나 자신들이 원하는 방송을 찾아 헤매는 ‘브로드캐스트 유목민’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당연히 제품을 만드는 사업자들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간 안방에 두고 보는 TV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보고 듣고 느끼는 양방향성을 갖춘 TV수상기를 제조하려들 것이다. 방송의 양방향성은 지금도 일부 구현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을 이미 시작한 케이블TV, 위성방송TV 등에서 말이다.
디지털 케이블TV 방송의 경우 2009년 6월 현재 2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가질 만큼 그 세가 대단하다. 디지털 케이블을 보는 시청자들은 화질에 대한 욕구도 분명 있지만 대다수의 가입자들은 주문형 비디오(VOD), 노래방, 프로그램 검색(EPG) 기능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
디지털 케이블TV가 제공하는 VOD는 가입자 자신이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과 함께 특정 프로그램을 블록화해 시청자의 기호를 맞추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VOD와 함께 디지털 케이블은 방송과 전화가 함께 만나는 ‘영상전화’와 같은 부가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영상전화를 만드는 산업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화질에선 따라올 자가 없는 위성방송도 브로드캐스트 유목민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사실 디지털 방송 시대를 가장 빨리 연 곳은 위성방송이다. 무한대에 가까운 방송 폭으로 HD급 디지털 방송을 과거부터 내보내고 있다. 국내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도 마찬가지다. 최근 HD방송 채널은 40여 개로 늘리면서 디지털 방송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위성방송도 양방향 매체를 지향하고 있다. 단방향의 위성방송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옛날 이야기다. 위성방송은 최근 IPTV와의 하이브리브 셋톱박스를 내놓으면서 실시간 위성방송을 통해 VOD는 IPTV를 이용하는 신개념의 디지털 방송을 선보였다. 디지털 방송만이 갖는 장점임이 분명하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