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침체 여파가 국내에서 본격화된 지난 1년간 다국적 IT기업의 한국 지사장이 대폭 교체됐다.
29일 본지가 컴퓨팅·네트워크 분야 주요 다국적 IT기업의 한국법인 대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대표가 바뀐 기업이 20여곳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부진을 반영하듯 외부인사 영입이 주를 이룬 가운데 외국인 체제로 전환하거나 비 IT기업 출신 인사를 선택하는 등 불황 속 새 탈출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외부 영입이 대세=대부분의 기업이 회사 ‘밖’에서 대안을 구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오라클 등 SW 부문 간판기업과 네트워크 분야 선두 기업인 시스코코리아를 비롯해 최근 새 대표를 선임한 한국후지쯔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이 외부 영입을 택했다. 타 사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많지는 않지만 내부승진을 택한 다국적기업도 있다. 한국썬은 지난해 말 천부영 전 부사장을 대표로 승진 발탁했다. 앞서 유원식 전 사장과 지금은 고인이 된 이상헌 전 사장은 각각 한국HP, 한국NCR 출신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델, 한국알카텔-루슨트 등이 기존 임원을 대표로 승진시켰다. 일본 히타치와 국내 LG전자의 합작사인 LG히다찌도 내부승진을 택했다.
◇새로운 카드도 등장=비즈니스 환경이 나빠지자 예상 밖의 카드를 꺼내는 기업도 나타났다. 한국HP는 15년 만에 외국인 체제로 전환한다. 7월 취임하는 스티븐 길 사장은 영국·아일랜드 지사장 출신으로 한국 근무 경험이 없어서 조직 정비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물론 외국인 대표가 모두 관리형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1년여 전 취임한 존 피트 한국넷앱 사장 역시 초반에는 관리형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 역대 최고 분기실적을 올리는 등 여느 한국인 대표보다 사업확대에 적극적이다.
한국후지쯔가 다국적 IT기업으로는 드물게 비IT 기업(현대차) 출신 김방신 사장을 영입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임경규 가트너 부사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다양한 변수가 나타나면서 지사장 교체가 잦다”며 “외부 영입은 새로운 문화 수혈 측면에서, 내부 승진은 기존 비즈니스와의 연계가 쉽다는 점에서 각각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토데스크코리아(남기환, 2000년∼) △한국EMC(김경진, 2003년∼) △한국IBM(이휘성, 2005년∼) 등은 최근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도 현 체제를 유지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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