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차례 ‘LCD 패널 양산 대전’이 예고됐다. 삼성전자가 올 초만 해도 얼마 전 처음 가동한 8-2 1단계 LCD 라인 외에 더 이상 8세대 추가 투자는 없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최근 LG디스플레이의 공세에 반격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선두 그룹인 두 회사의 양산 경쟁이 가시화하면 당장 투자 기근에 시달리는 장비 산업군에는 기대치 않은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위축돼온 반도체 등 여타 주력 산업군의 설비 투자 활성화에도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근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던 LCD 패널 시장이 내년 들어 또다시 공급 과잉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LGD, 양산능력 1위를 위해=LG디스플레이의 8세대 LCD 라인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은 그동안 축적해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형 LCD 패널의 양산 능력 선두를 다시 차지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대형 LCD 패널의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세계 LCD 패널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왔다.
주요 고객사인 중국 TV 제조들사의 선전으로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데다 예상 외로 세계 TV 시장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만으로는 4분기 이후 불확실한 세계 경기 전망 속에 대규모 설비 투자의 리스크를 떠안을 수 없다. LG그룹 관계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LCD 패널 시장 양산 경쟁력 1위였던 위상을 이번 기회에 되찾으려는 뜻”이라면서 “지금 상황을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성, 맞불 공세로=삼성전자도 8세대 LCD 라인 추가 투자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올 초만 해도 8-2 1단계 공장 외에 8세대 LCD 라인 확대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 대신, 11세대 투자로 직행하려는 계획이었다. 올해 들어 경기 침체로 전 세계 LCD 패널 시황을 낙관하기 어려운데다 소니와의 밀월 관계가 지난해부터 다소 소원해진 탓이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추가 투자를 단행하면 당장 내년 말이면 투입 원판 기준 20만장 수준인 삼성전자의 8세대 LCD 라인 양산 능력을 넘어설 수준이다.
삼성전자로선 양산 능력 우위를 놓고 자존심 경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11세대 라인 투자가 다소 시일이 걸린다는 점에서 LCD 양산 경쟁력에서 선두를 빼앗기면 회복하기 어렵다”면서 “8세대 라인은 오히려 투자 효율성이 크다는 점에서 단기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 우려도=세계 시장 1, 2위인 삼성·LG가 다시 양산 경쟁에 나서게 되면 내년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은 공급 과잉을 겪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연말·연초에 혹독한 재고 조정을 거쳤다가 최근 들어 다소 숨통이 트인 시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예상 외로 세계 LCD TV 시장이 미국·중국·유럽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공급량을 넘어설 수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워낙 시장의 불확실성이 강해졌지만, 삼성·LG가 양산 경쟁을 벌인다면 공급 과잉의 가능성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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