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수백 달러가 넘는 LCD와 플라스마 TV세트가 연중 내내 잘 팔리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도 소비자들은 왜 고가의 대형 평면TV들을 앞다퉈 찾고 있을까.
소매유통 전문가들은 소매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판매가격이 대폭 내렸고 이달 12일 디지털 방송이 시작된 점도 소비자들이 구형 아날로그 TV를 디지털 평면TV로 교체하도록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기의 묘한 역설도 작용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29일 전했다. 경기침체기에는 대부분 사람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들의 TV를 고급화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아이서플라이의 애널리스트 리디 패틀은 “소비자들이 가정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시간이 점점 더 늘고 그런 상황에서 TV가 중요한 매개가 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가는 대신 집에 머물 것이며, TV를 사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델 루발카바(41)는 가족 생활비를 줄이려고 보트 여행과 모터사이클 사막여행 계획을 포기했다. 그는 LAT와 인터뷰에서 “6월 중순이 지났는데 보통 때면 벌써 3-4번으로 보트를 탔지만 올해는 한 번도 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영장 보수 기술자인 루발카바는 이번 달 가전제품 소매점인 ‘베스트 바이’에서 2천700달러짜리 55인치 삼성 LCD TV를 구매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미국과 캐나다로 수입된 최신 평면TV는 모두 780만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3%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32인치 이하 크기의 TV 제품은 공급이 부족해 못 파는 상태라고 아이서플라이는 전했다.
애널리스트 패틀은 많은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TV를 선택하고 있으며 특히 1천달러 미만의 제품이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는 평면TV 가격을 대폭 낮춰 이 부문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렸다. 월마트는 지난해 1.4분기에 미국에서 판매된 평면TV의 13.8%를 거래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점유율이 22.3%로 올랐다.
월마트 대변인 멜리사 오브라이언은 “경기침체기여서 일반인에게는 가정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생활 비중이 커졌다”면서 “여러 가지 구매 수요에 맞춘 다양한 크기의 평면TV를 비치한 것이 시장점유율 신장의 주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