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레드오션이 해외선 블루오션?“

#1. 경남 마산 소재 전력선통신(PLC) 전문기업인 매트론(대표 김현식 www.mattrone.com)은 설립 초기부터 해외 PLC 시장에 비즈니스의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통신인프라를 갖춘 국내 및 해외 선진국과 달리 IT개도국이나 후진국은 새 통신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에 착안했다. 매트론은 PLC 설비 구축 및 부품 개발 노하우를 앞세워 현재 동남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등지의 PLC 기반 인프라 시장을 선점했다.

 #2. 대전 소재 멀티미디어 동영상솔루션 전문 정직한기술(대표 이수우 www.honestech.co.kr)은 VHS 방식의 비디오 영상을 DVD나 CD로 손쉽게 바꿔 제작할 수 있는 ‘VHS to DVD’ SW 하나로 지난해 해외에서만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업체는 국내의 어렵다는 인맥 마케팅보다 기술력으로 해외시장을 돌파한 사례다.

 #3. 대구의 위니텍(대표 강은희)은 통합재난관제시스템 및 소방관제 모바일 솔루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동남아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말레이시아 등 2곳에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인도네시아 경찰청을 비롯해 현재 전 세계 18개국에 30여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위니텍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매출 목표 2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수출로 달성할 전망이다.

 치열한 국내 레드오션을 뒤로하고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성공을 거두는 지역 IT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의 성공 요인이자 공통점은 하나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얽혀 있는 국내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고,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는 점이다.

 김현식 매트론 사장은 “통신용 장비 및 부품이 쏟아지는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걸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는 PLC 장비·부품으로 상대적으로 통신인프라가 열악한 해외 시장을 뚫어보자는 판단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정직한기술 90%, 매트론은 80%, 위니텍은 60% 이상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둬들인다.

 매트론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 이어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기업과 3년간 50억원 규모의 ‘남아공 다이아몬드광산 PLC 통신 인프라 구축’에 관한 상호협력각서(MOC)를 교환, 아프리카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정직한기술은 10년 전 회사 초창기부터 열악한 국내SW 시장을 탈피해 세계SW 시장을 타깃으로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나섰다. 지난해 전체 매출 70억여원 가운데 ‘VHS to DVD’로만 60억원을 올린 정직한기술은 올 초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09’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 마케팅을 강화, 지난해 수준을 웃도는 매출 달성을 기대했다.

 강은희 위니텍 사장은 “통합관제시스템의 패키지화가 올 하반기에 완성되면 해외시장 경쟁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수출이 국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성공 사례와 지역 IT지원기관 및 KOTRA 등의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에 힘입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 또한 증가 추세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마산밸리,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IT기업을 포함해 올해 들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전시회 참가 및 해외시장개척단 참여율이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철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지역 중소IT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지역 경제나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서울 등 수도권 소재 기업과 한정된 국내 시장을 놓고 힘들게 경쟁하기보다 차라리 한발 앞서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지역 기업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