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처리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체 판매량의 80% 가량을 소화하던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 방송 자체가 사라졌다. 신제품도 2∼3종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이 ‘꽁꽁’ 얼어 붙었다.
3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음식물 처리기 시장이 소비자 외면으로 여름 성수기지만 급속히 얼어 붙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히트상품으로 각광받던 음식물처리기가 전력 소비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 방송사 고발 프로그램에 음식물처리기가 방영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판매 부진은 홈쇼핑 탓이 크다. 시즌 상품임에도 올해는 어떤 방송에서도 음식물처리기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각 홈쇼핑이 방송 편성 계획이 없기 때문. 지난해 주요 홈쇼핑 업체가 경쟁적으로 음식물처리기를 판매했던 것과 비교된다.
한 홈쇼핑의 경우 음식물처리기 매출이 지난해 45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편성 계획을 잡지 않았다. 성수기인데다 작년 판매 성과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모 방송사 고발 프로그램에 음식물처리기가 노출된 이후 소비자 반응이 거의 없다”며 “방송 기획을 위해 소비자 조사 등을 진행하면 반응이 거의 없어 사실상 MD가 방송 편성을 잡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업계 분위기도 착 가라 앉았다. 신제품 경쟁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온풍건조식, 분쇄건조식, 미생물처리 등 다양한 음식물처리 방법으로 업체 간 이슈 경쟁도 전무하다. 올해 신제품을 내놓거나 내놓을 업체는 루펜리·웅진코웨이·한경희생활과학 단 3곳에 불과하다. 이외 업체는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내놓거나 아예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 교원L&C도 올해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뛰어들려 했지만 얼어붙은 경기 탓에 내부적으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음식물처리기만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시장이 위축돼 더이상 영업이 불가하다는 판단아래 아예 사업 품목을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업체의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20만원대 제품이 10만원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쟁이 심해 팔아도 이익이 안남는 정도였다”며 “시장 규모가 커졌을지 몰라도 제품 신뢰성 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시장이 얼어붙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