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 (152)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

[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 (152)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

 인터넷 통제에 고삐를 죄고 있는 중국 정부의 행보에 전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는 7월 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PC에는 ‘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Green Dam-Youth Escort 이하 그린 댐)’라는 소프트웨어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린 댐은 PC 사용자가 자신의 PC에서 성인물 등 차단 목록에 오른 사이트를 방문할 수 없도록 봉쇄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PC든 외국에서 수입한 PC든 중국에서 팔릴 모든 PC에는 예외없이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합니다. 각국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 30일 급작스레 그린 댐 의무 설치를 연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린 댐으로 대표되는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현실을 알아봅니다.

Q.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가 무엇인가요?

A.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판매하는 PC에 특정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 ‘그린 댐 유스 에스코트’를 의무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HP·델·레노버 등 중국에서 PC를 판매하는 주요 PC 업체는 이달부터 PC에 그린 댐 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거나 별도 CD에 담아 판매해야 합니다. 당국은 외신 보도 이후 해당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곧이어 7월 1일부터 이를 실시할 것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린 댐이 미성년자가 인터넷에서 접근할 수 있는 불법 사이트, 선정적이며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사이트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반대 여론이 들끓자 당국은 정책 시행 하루를 앞두고 연기를 선언했습니다.

Q.어떤 문제가 있나요?

A.중국 당국은 “그린 댐은 성인물 같은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C업계와 보안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차단 소프트웨어를 조사한 한 외국 전문가는 PC에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작동 장애 및 해킹,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소사이어티 홍콩지부 회장 찰스 목은 “이 소프트웨어의 목적은 유해 사이트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프로그램 코드 안에 무엇이 심어져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며 “개인정보수집이나 다른 웹사이트를 거르는데도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국도 “그린 댐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할 뿐 아니라 관리자(부모)가 사용자(자녀)의 채팅이나 게임을 비롯한 모든 컴퓨터 활동을 감시할 수 있다”고 밝혀 우려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정치적 목적의 정보 및 사상 통제로 보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음란물뿐 아니라 특정 용어가 들어간 텍스트와 영상도 쉽게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재산에 국가가 특정 소프트웨어를 강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Q.PC업체나 무역 국가의 반응은 어떤가요?

A.중국 시장을 두고 PC업체도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PC 판매량은 약 4000만대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PC시장입니다. 비난 여론을 뒤로 하고, HP, 델, 레노버, 소니 등 주요 PC업체들이 이 정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비해 반발도 터져 나왔습니다. 에드 블랙 컴퓨터커뮤니케이션산업협회(CCIA) 회장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이같은 조치는 중국 시민의 인터넷 접근권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공범으로 만들고 일정 수준의 검열에 동참시키려는 시도와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및 일본의 22개 주중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협회(NAM) 및 전 세계 핵심 IT 공급업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공동 명의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그린 댐 의무 설치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미국과 EU는 자유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각국의 반응이 만만치 않자 중국은 강경했던 태도를 접고 시행 바로 직전 일단 보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정책 폐기를 선언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지는 알 수 없습니다.

Q.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A.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유튜브를 비롯한 일부 블로그 접근을 막은 데 이어 지난 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 엔진 ‘빙(Bing)을 포함한 몇몇 사이트를 차단했습니다.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기해 트위터와 핫메일도 차단했다가 최근들어 이를 해제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허가받지 않은 웹사이트 1만개를 폐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안팎에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 만리장성’을 쌓으려 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