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양전지용 웨이퍼·셀 업체들이 대거 폴리실리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던 것과 달리 단 1건의 장기공급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회사가 있어 화제다. 태양전지용 웨이퍼 전문업체인 네오세미테크(대표 오명환)는 폴리실리콘 공급부족이 극심했던 작년 상반기, 고정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은 장기공급계약을 전혀 체결하지 않았다. 다른 업체들이 폴리실리콘을 조금이라도 더 사오기 위해 웃돈을 얹어 계약을 맺은 것과 상반된다. 대신 일본·중국 셀 업체들이 폴리실리콘을 사다가 이 회사에 맡기면 고품질의 웨이퍼를 가공만 해서 공급했다. 마치 소비자가 벼를 사다가 정미소에 맡기면 이를 쌀로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일종의 ‘임가공’ 비즈니스인 셈이다. 비록 자체 구매한 원자재는 없지만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에 따른 손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실적도 좋다. 지난해 1444억원 매출에 39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태양전지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올 1분기에도 매출 395억원에 영업이익 91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계속해서 임가공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자체 제작한 장비로 타 업체에 비해 훨씬 낮은 단가에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잉곳 성장장비(그로어)를 직접 개발,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타 업체 대비 절반 이하 비용으로 라인을 구축해 웨이퍼 가공 단가가 싸다.
오명환 사장은 “지난해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했지만 장기공급계약을 맺을 경우 가격 하락 리스크에 전면 노출된다고 판단했다”며 “덕분에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에도 선계약으로 인한 손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