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모니터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삼성·LG디스플레이 등 주요 패널 업체가 지난주부터 일제히 LCD 가격을 평균 10% 정도 올렸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판매 감소를 우려해 당분간 제품 구색 조정 등으로 인상을 자제할 방침이나, 패널 가격이 더 오르면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특히 중소 모니터 업체들은 시장을 대기업에 빼앗긴 상태에서 가격을 먼저 올릴 수도 없어 경영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패널 업체는 지난주를 기점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LCD 패널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상했다.
LCD 모니터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 패널을 기준으로 크기마다 인상 폭에 차이가 있지만 6∼15% 올랐다”고 말했다.
LCD 모니터 제조원가에서 패널 값의 비중은 70%를 차지한다. 모니터 업체들은 원가가 껑충 뛴만큼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경기 불황임을 감안해 서로 눈치만 본다. 특히 중소 모니터 업체는 이미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넘어간데다 가격까지 요동칠 기미를 보이자 전체 판매량에 타격을 받지 않을지 전전긍긍했다.
삼성과 LG전자는 패널 가격 인상 폭이 커질 때에나 가격 정책을 조정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측은 “당장 가격 조정이 힘들지만 내부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때맞춰 이날 ‘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22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를 처음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라인업이 다양해 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겠지만 패널 가격이 상승 추세라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중소 모니터 업체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대기업에 내준 상황에서 가격 위주의 마케팅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돌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알파스캔’ 브랜드로 국내 모니터 시장 3위를 달리는 유영렬 아델피아 인터내셔날 사장은 “패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이상 세트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반영하면 소비자가 외면하게 돼 가격과 경쟁사 동향을 예의주시한다”고 말했다.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모니터 시장은 삼성과 LG전자 두 업체가 70%로 시장을 과점했으며, 이어 아델피아·오리온정보통신·BTC코리아 순이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