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오목한 미래

[클로즈업] 오목한 미래

 ◇오목한 미래

 배일한 지음, 갤리온 펴냄.

 요즘 출판계에서 미래학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유망분야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나온 미래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러 사회현상을 나열한 트렌드 서적은 있어도 한국인의 입장에서 세계인이 공감할 독창적 미래상을 제시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21세기 지구촌의 미래상을 명쾌하게 그려낸 서적으로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자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만들어낸 오늘날의 세계 변화를 ‘심리적 시공간의 압축’이란 코드로 풀이한다. 심리적 시공간이 계속 축소하면서 변하지 않는 현실계와 괴리가 점점 커지고 마침내 충돌한다. 이러한 욕망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는 것이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시공간의 압축현상을 ‘오목한 세계’라는 아주 독창적인 담론으로 설명한다. 또 오목한 세계의 심연에서 시공간의 압축에 따라 사이버와 현실 세계가 겹쳐지는 특이한 현상(블루홀: Blue Hole)이 생긴다고 예측한다.

 블루오션(Blue Ocean)과 블랙홀(Black Hole)의 합성어인 블루홀은 세계가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면서 물리적 거리의 제약마저 사라지는 가상의 시공간이다. 저자는 시공간의 압축에 따라 기존 미래학계도 예상치 못한 폭발적 비즈니스 기회와 라이프스타일의 대변화를 예견한다.

 이 책이 예측하는 블루홀 경제는 현재 정보통신기술로 구현이 가능하며 일상 곳곳에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 수년내 지구상 어디라도 원하는 장소에 순간적으로 공간이동하는 물리적 재핑(zapping)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한다. 원격지에서 접속하는 통신로봇과 1인칭 경험의 집단공유를 통해서 인간의 물리적 생활공간을 전 지구차원으로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의 미덕은 외국의 미래학 이론에 기대지 않고 커피숍과 병원, 극장, 스크린골프방 등 한국사회의 일상 속에서 꿈틀대는 미래 코드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세계 미래학계 거장인 짐데이터 하와이대 교수는 한국 발(發) 미래서에 대해 “저자가 그려낸 하이테크 기반의 미래상이 오싹할 정도로 흥미롭다.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미래코드를 찾아낸 솜씨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식상한 트렌드 분석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와 미래비전에 목마른 기업가, 정부의 정책수립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만3000원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