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16)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디어

[상상을 현실로] (16)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디어

사람들은 상상을 하며 즐거움을 누리고, ‘와∼’ 하는 감탄으로 심신을 새롭게 한다. 그들의 상상이 개인사를 넘어 사회적, 비즈니스적 가치로 연결되려면 ‘고객공감’이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잠재 고객의 감성을 잘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마음 혹은 주머니를 열 수 있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발명가 폴 가드너 스티븐은 한 방송 프로그램을 위해 신발 모양의 휴대폰을 발명했는데, 앞쪽에 본체, 뒤쪽에 블루투스 수화기가 있으며, 본체를 살짝 밀면 통화가 된다. 특히, 항상 착용하므로 휴대폰을 찾을 걱정이 없음을 강조한다.

여러분은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나라면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신규성과 구현가능성에는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고객공감에서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화를 사용하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고, 통화 중에는 한 발로 서야 한다. 화장실에서 사용할 생각을 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또 충격이나 비에 취약할 것 같고, 운동 후를 생각하면 고약한 향기도 예상된다.

이와 같은 고객공감의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대중의 인기몰이는 어렵다고 본다.

또 다른 예가 있다. 한 중년 부인이 서재에 앉는다. 탁자의 커피 잔에서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고 있다. ‘Cigarettea’라고 쓰여진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는 망설임 없이 잔에 담근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사실 그녀가 잔에 담근 것은 담배 모양의 티백(차)이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특히, 필터 부분으로 티백을 가라앉지 않게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고객공감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담배라는 이미지가 우리의 미각과 감성을 자극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차의 은은한 향이 아닌 담배 냄새가 날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 고객공감은 완성된 상품의 것이며, 아이디어가 생물처럼 생존을 위해 진화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아이디어들이 발전해 휴대폰을 충전하는 신발이나 예쁜 딸기 모양의 티백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변의 익숙함을 벗어 던지고 감수성의 레이더를 작동시켜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숨어 있는 수요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자는 주장을 펼쳐보았다. 늘 보던 익숙한 것들을 기발한 상상의 재료로 활용하는 창의적인 상상가가 됐기를 기대한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