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정보통신 시스템은 기상업무의 ‘신경망’입니다.”
최광연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정보통신 시스템의 중요성을 이 같이 설명했다. 기상청의 정보통신 시스템은 전국의 각종 기상 관측 자료뿐 아니라 전 세계 기상정보까지 수집·분석·가공해 기상예보를 생산해 내는 핵심 기반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최 국장의 핵심 과제들도 바로 이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국장은 “기상청의 정보통신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저장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자료가 되고 기후역사가 된다”며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만큼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넘게 과학기술부에서 근무하다 2007년 3월부로 기상청의 기상산업생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부터 정보화국장을 맡게 됐다. 본격적으로 관련 업무를 담당한지 이제 1년 반 정도된 셈이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동네예보(5km 반경 내) 시행을 위한 대대적인 정보통신 시스템 개선작업을 진행했고 정보 시스템 자원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3개 년도에 걸쳐 추진한 종합기상정보시스템(COMIS)-3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또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그린IT 체계를 구축하는 등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슈퍼컴 3호기 도입에 전력=올해 최 국장의 최대 핵심 과제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 3호기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것, 국가 기상관측 자료를 표준화하고 공동 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제주도에 시범운영하고 있는 USN 통합 관측환경 구축사업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특히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은 올해 초부터 업계의 이슈로 대두돼 왔다. 현재 기상청은 공급 낙찰사로 크레이코리아를 선정했고 최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호기 도입 이후 딱 5년 만에 추가 도입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보다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 세계 2위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영국 기상청의 ‘통합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해 2호기 슈퍼컴에서 시범운용하고 있다. 향후 슈퍼컴 3호기에 이 모델을 탑재해 2010년 10월부터 정상적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상청은 3호기 슈퍼컴의 안정적인 운용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50억여원을 들여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에 연건평 7052.43㎡(2133평), 지상 3층의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도 건립하고 있다.
최 국장은 “사실 슈퍼컴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현재 기상청의 슈퍼컴 운용 인력이 독일(67명), 일본(59명), 미국(74명), 유럽중기예보센터(69명) 등에 비해 약 20% 수준으로 전문관리 운용 인력이 크게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건립될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에 전담조직을 구성해 운용 전문인력을 확보하고자 관련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전자정부 지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가 기상 관측자료 표준화 및 공동 활용 체계 구축’ 사업도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는 중앙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정부 유관기관에서 각각의 목적에 따라 설치해 관리 운영하고 있는 각종 기상 관측 센서를 국가기상관측표준화법에 따라 표준화하고 관측자료 품질관리로 공동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이로써 국가 예산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그린IT 전략 강화=최 국장은 그린IT 관련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기상청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전략 중의 하나다. USN 통합 관측환경 구축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기상자료를 비롯한 환경·해양·농업 등 여러 분야의 관측 자료가 중복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USN 통합 관측환경 구축사업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상 관측 데이터를 여러 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통합 관측환경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이 사업에는 USN·무선메시·IPv6·태양열전지 등 유비쿼터스 기반 최신 기술을 대폭 적용한 것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는 제주도 남부 일원에서만 적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제주도 전 지역에 걸쳐 USN 통합 관측센서와 무선메시 노드를 구축할 방침이다. 동시에 마을회관·학교 등에 동네예보·기상특보·현지 기상실황 등을 제공하는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 모델을 개발 적용할 예정이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도록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등과 협조해 생태 환경 관련 센서를 추가하는 등 관련 분야 연구 활동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 국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무선메시 자가망을 구축함으로써 기존의 방식과 차별되는 새로운 개념의 기상통신망을 확보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전개될 완전(ALL) IP 기반의 USN 실용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외에도 기상청은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도 그린 데이터센터로 설립할 계획이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짓고 있다고 최 국장은 설명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업무 효율화=올해 기상청 IT예산은 총 370억5000만원이다. 이 중 49.8%는 슈퍼컴 관련 예산(1차)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슈퍼컴 운용을 제외한 기상청의 네트워크와 정보 시스템 운용에 140억여원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후 장비 교체나 보강 등을 위한 최소한의 신규 투자만 이뤄지고 있다.
최 국장은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시스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또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에 통찰력을 가지고 첨단 기술들을 적극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우선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상청은 백업센터를 두지 않고 있다. 시스템 이중화는 돼 있지만 재난복구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 국장은 내년도 예산 확보로 재해복구가 가능한 백업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 그는 기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올해 그는 기상산업진흥법 제정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기상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민간기업이나 단체에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기술을 실용화·산업화하는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최 국장은 “기상산업의 규모가 미국은 1조5000억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20억원”이라며 “기상정보를 가공해서 여러 산업에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육성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최광연 기상청 기상산업정보화국장은
1977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2년부터 2007년까지 20여년 넘게 과학기술부에서 기술 협력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2007년 3월 기상청 기상산업생활본부장을 거쳐 지난해 2월 기상산업정보화국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정보통신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 관리하면서 기상청의 네트워크와 각종 정보 시스템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