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조직 개편 이후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과학기술계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근본적인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기획재정부로 이관된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평가 기능을 국과위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종합조정체계 발전 방향’이란 주제의 과총포럼에서 참석자들은 범부처 과학기술 정책의 효율적 종합조정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이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 발표를 맡은 홍국선 서울대 교수는 “현재의 국과위는 R&D 예산 조정·배분, 사업 평가 등 핵심 정책수단이 기재부로 이관되면서 실질적 총괄 조정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며 “국과위 사무국 역할을 하는 교과부 조직도 26명에 불과해 한계가 있고, 중립성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효율적인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갖추기 위해 국과위 조직 및 기능 개선방안을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구분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 개정이 필요없는 단기 추진 방안으로는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실과 교과부가 맡고 있는 국과위 사무국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26명에 불과한 국과위 사무국 기능 담당 직원을 최소한 50명(4개 과) 이상으로 확대하고, 국과위 지원 전문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조직과 전담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예산 배분 및 평가와 관련해서는 기재부와 연계·협력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궁극적으로 이상적인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홍 교수는 중·장기적 조직강화 방안으로 국과위 사무국을 독립시켜 청와대 직속의 별도 사무처로 두는 안과 국과위를 상설위원회로 확대개편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능 측면에서는 예산 배분·조정 및 평가기능을 국과위로 환원해 정책기획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국가 현안과 범부처 공동사업 등 국과위의 총괄조정이 요구되는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국과위에 R&D 예산 일부(1%)의 직접 배분권을 부여하는 ‘과학기술진흥조정사업’ 신설을 제안했다.
홍국선 교수는 “법을 개정해 국과위 사무국을 독립 또는 상설위원회화하고, 예산 배분·조정·평가 기능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그러나 법 개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부조직 개편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관련조직을 확대하고, 국과위와 기재부 간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안”이라고 덧붙였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