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에서 벗어나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고 월정 요금을 받는 형태로 전자간판(digital signage) 사업을 대폭 강화한다고 2일 밝혔다.
NEC는 이를 통해 일본 내 경쟁자인 소니·마루베니·소프트뱅크 등의 추격을 뿌리치는 한편 전자간판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최근 급성장하면서 세계 수위로 오른 삼성전자에 빼앗긴 1위를 탈환하겠다는 야심이다.
전자간판 서비스란 상점 입구나 내부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에 입주 업체에 관한 홍보영상 또는 상품 관련 동영상을 음성과 함께 표시해주는 서비스다. 일본에선 홍보 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상품에 맞는 향기를 발산하거나 홍보물 시청 고객의 연령이나 성별 등을 자동으로 분석할 수 있는 얼굴인식 기능을 전자간판에 탑재하는 등 한층 진화한 마케팅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NEC의 새 사업전략은 하드웨어를 포함한 서비스 인프라를 회사가 구축하고, 기업 고객으로부터 매달 서비스 요금만을 받는 게 골자다. 고객은 디스플레이, 인프라 등 하드웨어적인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소액만을 부담해 전자간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32인치 LCD 단말 1대에 100MB 분량의 데이터를 내보내는 기준으로 월 3만엔 수준이다. 단말은 1대부터 수천대까지 필요한 만큼 계약하면 된다. 종전엔 고객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해 수백만엔에서 수천만엔의 초기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
NEC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월정 요금제 도입에 따라 연간 30억엔(약 390억원) 수준인 사업 매출을 향후 3년간 누계로 500억엔(약 65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의 비용부담을 파격적으로 줄여 전자간판 서비스가 활성화하면 회사는 인프라 구축에 자사 디스플레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점유율 회복 및 세계 시장 선두탈환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줄곧 전자간판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다가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에 1,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려난 NEC의 자존심 회복 가능성이 관전포인트다.
민간 조사업체인 후지키메라에 따르면 일본 내 전자간판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07년 10만2630대, 200억엔을 상회한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세계 시장 규모를 3억5800만달러로 예측했으며, 연평균 30%의 고성장세를 유지해 2015년에는 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 세계 시장에서 수량 기준으로 14.8%, 금액 기준으로 1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세계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