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패널 9월부터 서로 사준다

삼성·LG, 모니터용 제품 교차구매 MOU 교환

‘대대협력’의 상징이자 디스플레이 업계의 숙원인 삼성·LG 간 LCD 패널 교차 구매가 마침내 오는 9월 시작된다.

 이를 위해 이르면 이달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과 양사 CEO들이 상호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

 비록 초기 구매 물량이 많지 않아도 오랜 난항 끝에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LG가 핵심 부품을 서로 구매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라는 평가다. 최근 중국·대만의 양안관계가 깊어지면서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견제 또한 심해져 삼성·LG의 전향적인 제휴는 산업 전반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 및 관계 당국에 따르면 삼성전자(VD사업부 및 LCD사업부)와 LG전자·LG디스플레이는 오는 9월부터 모니터용 LCD 패널을 각각 상호 교차 구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VD사업부는 LG디스플레이에서 17인치 와이드 모니터용 LCD 패널을, LG전자 BS사업본부는 삼성전자의 LCD사업부에서 22인치 와이드 모니터용 LCD 패널을 각각 조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양측으로부터 모니터용 LCD 패널 시제품을 공급받아 현재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이달 이윤호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3사 대표가 상호 LCD 패널 교차 구매를 위한 MOU 교환 행사를 갖기로 했다. 일정 조율을 거쳐 가능하면 남용 LG전자 부회장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도 참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중국·대만·일본 등의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삼성·LG의 LCD 패널 교차 구매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업계 공통의 숙제”라며 “양사의 전향적인 의지가 반영된 결실이고 당초 예상보다 상호 구매 물량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LG의 LCD 패널 교차 구매는 지난 2007년 5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출범 당시부터 민관 공동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사안이다. 삼성과 LG가 유독 서로를 외면한 채 대만산 LCD 패널 조달 물량을 늘리면서 대만 업체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양측이 소모적인 경쟁을 반복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후방 협력사들에 암묵적인 줄 세우기를 강요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2기 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실천’에 돌입하기 위해 당초 양측은 지난달 LCD 패널 상호 교차 구매를 위한 MOU를 교환하려다 이달 7일로 한 차례 미뤘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7일부터 재계 인사들과 함께 폴란드 순방 및 ‘G8 확대정상회의’ 참석차 출장길에 오르면서 또다시 MOU 교환 행사를 연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 기간 삼성·LG의 주요 CEO들은 폴란드에 동행해 세계 일류 한국 상품전과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 등에 참석하기로 해 연기가 불가피했다”면서 “하지만 이달 MOU 교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