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은 수익성과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취약해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5일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의 ‘국내기업 부실수준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 부채비율은 88.0%로 1997년 218.9%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차입금을 자산총액으로 나눈 차입금의존도 역시 45.9%에서 23.2%로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9%에서 76.3%로 높아졌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비교적 건강해졌지만 차입금 구조가 나빠져 금융시장이 경색되거나 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부실화할 확률이 커진 것이다.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인 현금흐름 측면에서 보면 국내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은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0.9배에서 3.0배로 높아졌다. 그렇지만 이자에 원금까지 포함해 살펴보면 현금흐름보상배율이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0.2배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률은 5.5%에서 4.5%로 하락했다.
이 연구위원은 “돈을 벌어도 단기차입금과 이자비용을 상환하기에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이자를 갚을 능력은 강해졌지만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면서 전체적인 지급 능력이 개선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실 위험 수준은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이 연구위원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주요 40개국 기업들의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단기차입금 비중은 3번째로 높았다. 영업이익률은 3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자보상배율과 현금흐름보상배율은 각각 34위와 39위로 나타났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기업 부채상환능력도 양극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데도 버거운 기업은 지난해 전체의 29.3%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올해 1분기에는 36.3%로 높아졌다.
특히 상위 25% 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외환위기 당시 2배에서 지난해 30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하위 25% 기업은 -0.3배에서 -1.9배로 낮아졌다.
상위 25%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8.8%에서 9.2%로 상승했지만 하위 25% 기업은 -2.9%에서 -5.5%로 하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밑도는 기업 가운데 49.7%는 이 같은 ‘한계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됐다.
이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으로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추진됐고 내수부진 속에 수출 위주로 경기가 회복해 대기업 재무건전성은 좋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개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기업의 부실 정도는 전반적 수준이나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높다”며 “기업의 수익성과 차입금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