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의 재활용 차원에서 그동안 연구해온 ’건식처리(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 방안에 대해 미국 측이 재활용이 아닌 핵무기 제조 가능성과 연관이 있는 재처리로 봐야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향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서 핵폐기물 감축 차원에서 파이로프로세싱 연구허용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한미간 마찰은 물론 자칫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에도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7일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와서 우리 정부가 연구 중인 파이로 프로세싱을 재활용이 아닌 재처리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물질을 분리, 정제하는 기술로 폐기물을 20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가 핵무기에 사용되는 순수 플루토늄 추출이 사실상 어려워 핵확산 염려가 없는 차세대 기술로 여겨졌다.
교과부는 지난 2002년부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현재까지 100억원 이상의 R&D 자금을 투입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파이로프로세싱에 대해 재처리가 아닌 재활용으로 간주하고 우리나라 정부와 공동 협력 사업까지도 진행해왔다.
정부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파이로 프로세싱이 재처리가 아닌 재활용이며 파이로 프로세싱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효과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파이로프로세싱은 핵 비확산에 부합하면서 원자력 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우리나라의 핵폐기물 현황을 설명하면 충분히 협상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군축 담당자 입장과 과학자 의견은 다를 수 있다”며 “전세계 과학자 상당수가 파이로프로세싱을 재활용으로 보고 있는 만큼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이 파이로프로세싱을 재처리로 명확하게 규정하게 되면 연구조차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일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올해 하반기부터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에 나설 계획이며 조만간 관계부처와 TF를 구성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