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여권(또는 e-패스포트)이 국내에 도입된지도 10개월이 지났다. 전자여권은 사진·지문·홍채 등 바이오 정보와 신원 정보가 담긴 비접촉식 칩을 내장한 여권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30여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국제 범죄와 테러에 위·변조 여권이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출입국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25일부터 여행자의 얼굴과 지문 등을 담은 새 전자여권이 발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더 진일보한 새로운 형태의 전자여권 개발이 시도돼 시선을 끌고 있다. 삼성이 최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09 행사에서 선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전자여권이 그것이다.
AM OLED는 TV나 휴대폰 화면 등에서 사용되는 기존 패널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화면을 밝히기 위해 백라이트유닛이라 불리는 별도의 광원이 필요한 LCD 등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더욱 얇은 패널을 만들 수 있는 장점일 가진다. 화질도 기존 디스플레이 제품에 비해 뛰어나다.
더욱이 패널을 구부릴 수도 있어 이른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삼성이 선보인 AM OLED 전자여권에는 2인치 크기의 AM OLED 디스플레이(해상도 320×240)가 삽입돼 있다. 이채로운 점은 이 디스플레이에 담긴 여행자의 사진이 동영상처럼 360도로 회전,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능은 그동안 SF영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화면은 26만 컬러에 1만대 1의 명암비를 가져 상당히 선명하다.
이 같은 화면을 구현하는데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대신 전자태그(RFID) 리더기라는 장치에 이 여권을 가까이 대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제품은 시제품(프로토타입) 단계에 있어 언제쯤 상용화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