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추락…혹독한 환율 효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6천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마이너스 성장률과 대미 환율 상승에 따라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2007년 1인당 GDP 2만달러를 돌파했던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에 발목이 잡히면서 1인당 GDP가 수년이나 뒷걸음질쳤다.

내년에는 성장률의 플러스 전환과 환율 안정 기조에 힘입어 올해보다 1인당 GDP가 증가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으나 어느 수준까지 회복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1인당 GDP 2004년 이후 최저=올해 1인당 GDP는 작년보다 15% 정도 떨어진 1만6천달러 중반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은 1만6천738달러, LG경제연구원은 1만6천700달러, 한국경제연구원은 1만6천421달러로 예측했다. 정부가 밝힌 올해 경제성장률 -1.5%, 평균환율 1,280 원을 적용할 경우에도 1만6천달러 중반대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4년 1만5천38달러 이후 최저치다. 이후 2005년 1만7천547달러, 2006년 1만9천693달러에 이어 2007년(2만1천655달러)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작년에는 1만9천106달러로 다시 2만달러 아래로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1인당 GDP의 2년 연속 하락이 성장률 하락보다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 표시 GDP가 줄어드는 환율효과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말 기준 우리나라 환율은 연초 대비 25.6% 올랐는데, 이는 주요국 중 영국(26.5%) 다음으로 높은 것이다. 또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뉴질랜드(24.1%), 터키(23.9%), 인도네시아(14.8%), 태국(14.6%), 필리핀(13.0%)보다 환율 변동폭이 컸다. 올해 역시 지난 3월6일 환율이 1,590원까지 치솟았다가 7일 현재 1,273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안정기조를 찾아가고 있으나 방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환율 요인에 의해 1인당 GDP가 급감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평균환율이 1천399원으로 전년(951원)보다 47.1%나 오르면서 1인당 GDP도 7천477달러로 33.5% 감소했던 것.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 때문에 1인당 GDP 하락폭이 더 크다”고 말했고,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환율효과를 생각하더라도 국제적 수준에서 평가한 소득이 떨어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내년 2만달러 회복 ‘의견 분분’=내년 1인당 GDP를 가늠할 변수 역시 환율이 가장 먼저 꼽힌다.

성장률의 경우 정부 4% 내외, 한국경제연구소(KDI) 3.7%, 한국은행 3.5%를 예상하는 등 2008년 수준의 경제규모 회복은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이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었던 2007년의 929원까지는 아니더라도 1,100원 이내로 유지된다면 2만달러 회복을 넘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LG경제연구소는 내년 성장률 3.6%, 환율 1,10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1인당 GDP가 2만2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성장률 자체가 플러스로 돌아서고 환율 환경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늘어나겠지만 2만달러 선까지 회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 과거보다는 변동폭을 줄일 수 있고, 1인당 GDP 견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