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말,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녹색성장의 강력한 수단으로 ‘스마트 그리드’가 뜨고 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일명 스마트 그리드 테마주가 생길 정도입니다. 우리말로는 ‘지능형 전력망’이라고도 하는데요, 말 그대로 기존 전력망을 좀 더 똑똑하게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그 수단으로는 역시 정보기술(IT)이 쓰입니다. 즉,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IT를 통해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합니다. 이렇게 되면 낮에는 높고 밤이면 낮아지는 들쑥날쑥한 전력수요 곡선이 평탄해져 전력회사 측에서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예비 전력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발전소를 또 지을 필요가 없어지겠지요. 이번 호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 공부해볼까요.
Q. 스마트 그리드란 뭘 말하는 건가요?
A. 똑똑한(Smart) 전력망(Grid)을 일컫는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를 만들어 파는 업체와 소비자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최적화시킵니다.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은 단가가 정해져있지만 사실 공급자 쪽에서는 발전단가가 다릅니다.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은 전력사업자는 전기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화력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합니다. 만약 전력 사용량이 줄게 되면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소만 가동해도 되지요. 발전단가가 비쌀 때는 요금을 비싸게 매기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이 전력사용을 줄일 겁니다. 이러한 원리가 작용하도록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게 스마트 그리드입니다. 이렇게 되면 한전과 같이 전력을 파는 기업 측에서는 전력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 역시 요금이 상대적으로 쌀 때 각종 전기기기를 돌릴 수 있어 이롭습니다. 예컨대 어머니는 세탁기의 타이머 기능을 선택해 가장 싼 전기 요금 시간대에 맞춰 작동시킵니다. 물론 이런 예가 가능하려면 스마트 그리드 기능이 내장된 가전 제품이 양산되고 자동차 배터리 기술도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야겠지요.
Q. 스마트 그리드는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요.
A. 역시 정부가 나서 의욕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계 최초 국가단위의 지능형 전력망 구축 비전’을 발표하고, 이어 3월말 ‘지능형 전력망 로드맵 수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국가 차원의 스마트 그리드 청사진 그리기에 한창입니다. 그 결과는 오는 11월에 발표될 예정인데요, 여기에는 지능형전력망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과 실시간 전기요금제의 도입방안, 또 내수창출과 수출산업화 방안 등이 담겨질 예정입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스마트 그리드협회도 탄생했습니다.
Q.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먼저 재원 확보가 중요합니다. 스마트 그리드는 일종의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웬만한 자금으로는 시작조차 못합니다. 또 중요한 선결과제는 ‘실시간 요금제’의 시행입니다. 이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기 가격을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제도인데요, 우리는 물건을 사기 전에 당연히 가격부터 확인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전기는 그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비하는 유일상품일 겁니다. 전기의 가격을 정확히 모르니 습관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죠. 사용상 불편도 감수해야 합니다. 실시간 요금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전력소비정보를 근거해 창출됩니다.
Q. 그럼 어떤 업체들이 스마트 그리드에 참여하고 있나요.
A. 거의 전 산업에 걸쳐 관련 기업들이 스마트 그리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전은 당장 2011년부터 스마트 그리드로 돈을 벌겠다는 태세입니다. 현재 제주도 내 ‘전기차 스테이션(충전소) 사업’ 등이 초기 매출 프로젝트로 꼽히고 있어요.
특히 SK텔레콤의 참여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스마트 그리드로 이동통신망 이용료 정도나 챙기려 이 사업에 나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력소비정보를 확보해 이를 통해 또다른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거죠. 이렇듯 스마트 그리드는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산업과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스마트 그리드 시장은 얼마나 커지는 건가요.
A.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스마트 그리드 관련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최소 2조9880억달러, 그러니까 우리돈으로 30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창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정도면 요즘 가장 성장세가 큰 산업으로 꼽히는 휴대폰 시장보다 큰 규모입니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는 송·배전망, 즉 전기를 보내고 이를 다시 각 가정으로 분배하는 전력망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무한 성장산업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관련도서
▲지구, 그 후(원제 Earth, The Sequel: The Race to Reinvent Energy and Stop Global Warming), 미리암 혼·프레드 크럽 공저, 김은영 옮김. 에이지21 펴냄.
환경보호재단의 이사장인 저자 프레드 크럽이 환경 2.0 시대를 여는 희망을 메시지로 전한다. 도탄에 빠진 세계 경제와 지구 환경을 동시에 구원할 궁극의 해결책으로 ‘스마트 그리드’ 등 그린에너지 혁명을 제시한다. 이 책은 그린에너지 혁명을 이끌어가는 프런티어들의 모습과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태양에너지·바이오연료·해양에너지·지열에너지 분야 등 다양한 그린에너지개발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성과를 가늠한다. 또한 에너지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화석에너지발전의 긍정적인 대안을 살펴보고 재활용 자원의 이용, 전 세계가 에너지를 공유하는 인터넷시스템 개발과 자동차 연료의 효율적인 대체방안, 열대우림의 보호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을 보호하려는 ‘그린 기술’의 노력과 성과들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특히 저자는 단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린에너지 혁명이 이루어져야 하며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이끌어가야 함을 역설한다.
▲코드 그린(원제 Hot, Flat, and Crowded),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이영민·최정임 옮김, 왕윤종 감수, 21세기북스 펴냄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다섯 번째 책. 저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주목하며 지구온난화·세계화의 확산·글로벌 중산층 인구의 증가를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현재의 지구’를 통해 설명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술한 이 책은 ‘코드 그린’이라 일컫는 클린 에너지·에너지 효율성·자연 보호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를 위한 대안으로 ‘스마트 그리드’를 제시한다. 우리가 원하는 녹색혁명은 분명 세계가 지켜보았던 어떤 혁명과도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것이며, 미국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 비춰 가장 거대한 혁명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출간 일주일 만에 뉴욕타임즈 집계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모형